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시세이도







일본의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는 2011년 베트남 호찌민시 외곽에 생산 공장을 열었다. 당시 전 세계 85개국에 제품을 수출했지만 해외 공장을 가동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1872년 도쿄 긴자에 일본 최초의 서양식 조제 약국이 들어섰다. 일본 1위, 세계 5위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의 모태다. 창업자인 후쿠하라 아리노부(1848~1924)는 도쿄대에서 의학을 전공한 뒤 해군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했다. 시세이도(資生堂)는 동양 고전 ‘역경’의 한 구절 ‘지재곤원 만물자생(至哉坤元 萬物資生·대지의 큰 덕을 입어 만물이 생성된다)’에서 따왔다. 후쿠하라는 1897년 화장수 ‘오이데루민’을 개발해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고 1915년에는 주력 업종을 화장품으로 바꿨다. 당시 창업자의 아들인 후쿠하라 신조 사장이 진두지휘해 로고를 바꾸면서 동백꽃을 심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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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9년 상장한 시세이도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했다. 사세를 키워가던 시세이도는 2010년대 이후 주춤해졌다. 일본의 경기 침체 장기화로 소비 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본 코카콜라 사장을 지낸 우오타니 마사히코가 2014년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메이드 인 재팬’을 내걸고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일본발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매출 2조 엔, 영입이익률 18%를 실현해 글로벌 1위 화장품 업체로의 도약이 이 회사의 목표다.

시세이도가 주력 제품의 대부분을 일본 내 생산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 상승, 신냉전·블록화에 따른 공급망 재편 등으로 일본 기업들의 자국 복귀에 속도가 붙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으로 리쇼어링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미국은 올해 리쇼어링으로 3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할 정도다. 우리는 2014년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을 제정했지만 2021년까지 돌아온 기업은 108곳에 불과하다.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투자 매력도가 떨어져 질 좋은 일자리를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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