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오세훈 "집값 생각보다 빠르게 떨어져…규제 완화 융통성 생길 것"

[서경이 만난 사람]오세훈 서울시장

■대담=노희영 건설부동산부장

신통기획 성공사례 발굴…전국 부동산 안정화 기여

文정권 재건축 억제책 '안전진단'은 풀되 속도조절

반지하 대책 오해…10~20년 걸쳐 줄어들게 하는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2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아주 보수적으로 계산해 서울에 5년간 신규 주택 4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점검해보니 인허가 기준으로 2026년까지 53만 가구 공급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나왔습니다. 국토부가 발표한 8·16 부동산 대책 가운데 서울시 50만 가구 공급 목표보다 더 많지만 전혀 무리가 아닙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국민주거안정실현방안(8·16 대책)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 취임 이후 서울시의 선제적 공급 대책에 더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정부 기조에 발맞춰 진행할 경우 최소한의 물량만 가지고도 충분히 목표만큼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29일로 제39대 서울시장 취임 130일을 맞는 오 시장을 최근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만나 ‘민선 8기’ 시정 구상에 대해 들었다.

‘오세훈표 스피드 주택공급’ 정책의 핵심인 신통기획은 현재 50여 개 재개발·재건축 구역에서 추진되고 있다. 올 들어 서울 광진구 신향빌라 재건축(3월), 천호 3-2구역 재개발(5월) 등이 심의를 통과했다. 노후 저층 주거지 정비사업인 모아주택·모아타운은 현재 38곳에서 추진 중이다. 오 시장은 “모아타운의 경우 매년 20곳씩 5년간 100곳을 대상지로 선정해 2026년까지 3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던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정부가 8·16 대책에서 서울시 신통기획의 골자인 건축·교통·환경통합심의제도를 전국의 민간 정비사업 및 도시 개발 사업에 적용하기로 한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신통기획이 정부의 270만 가구 공급 계획의 성패를 가를 핵심 대책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그는 “신통기획 성공 사례를 발굴해서 전국의 부동산 시장안정화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최근 강남권 일부 재건축 단지에서 신통기획 사업 철회 요구가 일었던 것에 대해 오 시장은 공공 기여도를 낮춘다거나 대상지 기준을 엄격하게 하는 등 제도를 수정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신통기획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조합원들이 원하는 바를 다 들어주는 것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면서 “재산적인 이익이 생기는 것만큼 공공에 일정 부분 기여해야 한다는 큰 틀에서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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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 대책에서 재건축 안전진단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이 커진 것에 대해서는 “지난 정권에서 재건축 억제책 수단으로 쓰여왔던 안전진단은 풀되 한꺼번에 재건축 규제를 풀면 시장에 지나친 자극이 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 재건축·재개발의 속도 조절은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아파트 밀집 지역 가운데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의 주민들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후에도 정비사업 속도가 나지 않아 불만을 제기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다행히 부동산 가격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라 그렇게 되면 융통성이 또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발표하기로 했다가 연기된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에 대해서는 “아시아 금융허브 위상에 걸맞은 ‘직주혼합’의 정주 여건이 마련되도록 현재 추진 중인 신속통합기획과 연계해 계획을 다듬고 있다”면서 “현재 최종 보완 단계로 연내에 열람 공고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기여를 활용해 충분한 금융 사무실을 공급하고 도심과 단절된 한강공원과의 연결성을 회복해 수변 문화 거점을 조성하는 방안 등이 담길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세운지구 등 잇따라 발표된 대규모 개발 계획으로 투기 수요 자극 및 개발 이익 환수 우려에 대해서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있으면 부동산 시장 입장에서는 물량이 충분히 공급되는 것”이라며 “현재 용산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고 개발이익 환수도 공공 기여분으로 충분히 환수해내는 제도가 완비돼 있어 전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오 시장은 지난달 발표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구상’에 대해 “지난번에는 서부이촌동의 아파트를 허물고 물길을 내겠다는 내용 등이 지나치게 이상주의적이었다면 이번에는 그런 요소들을 전부 배제해 훨씬 정교해지고 실행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본 반지하 주택과 관련해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이 국토교통부와 여당·언론의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오해라고 강변했다. 오 시장은 “당장이라도 퇴거 명령을 내린 것처럼 보도됐는데 10~20년에 걸쳐 반지하 주택이 점차 사라지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확하다”면서 “침수 피해를 본 반지하 주택 밀집 지역들이 재개발이나 모아타운 대상지와 많이 겹치기 때문에 이들 지역이 선정되면 반지하 주택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 “반지하 거주민 이주 시 주거 지원 바우처 금액을 20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것이 서울시가 발표한 내용인데 오해가 많아 정리해서 다시 발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시 중재로 일단락된 둔촌주공 사태에 대해서는 “조합 측도 지나치게 하도급 업체 선정에 개입하려고 하는 등 시공사와 약정한 선을 넘으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고,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시공사에도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둔촌주공 사태가 좋은 타산지석이 돼서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건설 원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유사한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 만큼 서울시에서는 이런 사고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 정책 사령탑인 주택정책실장을 처음으로 개방형 직위로 공모해 외부 인사를 채용한 것에 대해서는 “인사의 제1원칙은 능력이고 주택정책실장으로서 서울시민 주거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막중한 책무를 감당하려면 지식과 전문성은 물론 제 시정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조직에 대한 리더십을 모두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명한 공모 절차를 거쳐 임용된 류창수 주택정책실장(전 SH 대외협력경영 고문)은 다양한 현장 경험과 민간 영역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제 시정 철학과 도시 정책에 대한 이해, 서울시 행정에 대한 경험도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이달 초 싱가포르 출장에서 밝힌 한강과 문화 예술을 결합한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도 본격 가동된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전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가 한강변에 산책로·공원 등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인프라 위주의 사업이었다면 이번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는 서울의 큰 공간 자산인 한강의 매력을 서울 관광 활성화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한강 잠수교를 보행자 전용 다리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는 우선 10월 30일까지 매주 일요일 잠수교의 차량을 통제한 채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진행하면서 시민 여론 등을 수렴할 방침이다. 축제가 시작된 28일 오 시장도 현장을 찾아 시민들과 함께 잠수교를 걸으며 거리 공연을 즐겼다.

한편 오 시장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잇따라 평가와 조언을 한 것과 관련해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는 가급적 정치적 발언은 자제하려고 하는 편이지만 최근 당내 이슈로 정치적 질문을 많이 받아 당의 일원이자 윤석열 정부와 손발을 맞춰 일하는 서울시장으로서 충심을 담아 적당한 선의 조언과 평가를 했던 것”이라며 “하루빨리 국민의힘이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이 기대하는 집권 여당으로 안정을 되찾기를 바라고 저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 기자·정리=변수연 기자·사진=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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