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하락장에도 '블루칩' 단지 집주인은 호가 '버티기' [집슐랭]

■하락장에도 '배짱호가' 단지

시총 상위 50곳 전수조사 결과

실거래 70% '하락 거래'에도

7~8월 호가는 1억 이상 비싸

대출부담 적은 핵심지 1주택자

"급할 것 없다" 가격방어 나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연합뉴스




금리 불확실성과 집값 고점 인식으로 매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주요 지역 핵심 단지에서는 집주인이 매물 호가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방어전’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오히려 실거래 가격 보다 호가를 높여 부르기도 한다. 다만 이들 단지에서도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수 억 원 떨어지는 하락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추후 호가 또한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장주’ 단지는 호가 쉽게 안 내려


29일 서울경제가 KB국민은행 선정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 가운데 올 7~8월 거래가 있었던 28개 단지의 실거래 59건 및 매물 호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최근 실거래 가격에 비해 호가가 평균 1억 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지의 평균 실거래 가격은 22억 7432만 원이었지만 평균 매물 호가는 24억 1887만 원으로 1억 4455만 원 높았다.

이 같은 현상은 실거래 59건 중 41건(69.5%)이 직전 거래 대비 낮은 가격에 체결된 ‘하락 거래’인 가운데 나타나 주목된다. 전반적으로 거래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도 매도자들이 호가를 내리지 않는 ‘버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개별 단지를 살펴봐도 이 같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 84.93㎡의 실거래가는 올해 4월 19억 8000만 원(11층)에서 8월 14억 8000만 원(19층)으로 5억 원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주택형 호가는 현재 16억 2000만~20억 원 선에 형성돼 있다. 단지 인근의 A공인중개사는 “최근 실거래가 특수 거래라고 생각해 시세로 받아들이지 않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며 “급할 것이 없는 일부 매도자는 최고가 거래보다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호가 버티기’ 현상은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오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99.99㎡는 올해 6월 신고가인 36억 원(32층)에 거래된데 이어 7월 37억 3000만 원(31층)에 매매돼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신고가가 나오면서 일부 매물은 현재 최근 거래 가격보다 높은 40억 원에 나와 있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많지는 않지만 하락기에도 핵심 지역 주요 단지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집주인이 많다”며 “최근 신고가 거래까지 나오면서 호가는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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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세는 각종 통계서 뚜렷


한편 28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 가격은 지난달과 비교해 0.14% 하락했다. KB시세를 기준으로 전국 주택 가격이 하락한 것은 2019년 7월(-0.01%) 이후 3년 1개월 만이다. 정부 공인 시세 기관인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으로는 전국 집값이 올 6월 0.01% 하락해 2019년 8월(-0.05%) 이후 2년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바 있다.

8월 전국 아파트 가격은 지난달 대비 0.23% 하락해 연립·다세대 및 단독 주택 등을 포함한 주택 가격 변동률에 비해 낙폭이 컸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월 대비 0.15% 하락한 가운데 △세종(-0.81%) △대전(-0.77%) △대구(-0.54) 등 지방 주요 도시와 경기(-0.33%)·인천(-0.37%) 등 수도권에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서울에서는 한강 이북 14개 구 아파트 가격이 0.19% 내려 한강 이남 11개 구(-0.10%)와 비교해 가파르게 하락했다.

KB국민은행이 전국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별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지수화한 ‘선도 50 지수’ 또한 0.72% 하락해 지난달(-0.24%)에 이어 2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 지수는 서울·경기·부산 등 대도시권 내 핵심 지역의 소위 ‘대장주’ 단지 가격 흐름을 나타내 주택 시장의 선행 지표로 평가받는다.

“핵심 단지도 시장 이기기는 어려워”


시가총액 상위 단지를 위주로도 하락폭이 커지며 전문가 사이에서는 추후 전국 각지에서 매물 호가가 하락하는 등 조정세가 공고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핵심 지역 내 대단지의 1주택자 소유자이고 대출이 많지 않다면 집값이 다소 조정세를 보이더라도 급히 매물을 내놓을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하락기에는 일부 단지에서 실거래가와 호가 간 차이가 많게는 수 억 원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송 대표는 “금리라는 변수가 시장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실거래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결국 매물 가격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핵심 지역의 주요 단지라도 전체 시장 흐름을 이기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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