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13기 폐쇄한 美, 원전 稅혜택 'U턴'…벨기에는 11년 수명연장

[전세계 다시 '원전 붐']

러시아發 에너지위기·탄소중립 영향

美, 인플레 감축법서 원전가동 감세

안정성 갖춘 노후원전 수명 연장 속

佛 최대 14기-英 8기 신규건설 추진

바다·강 주변에 위치한 원전 위치 탓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는 위험요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면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세계 각국이 원자력발전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탈(脫)원전에 앞장섰던 독일을 포함해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나라들이 줄을 잇는가 하면 신규 원전 건설도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분위기다.



2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이 노후 원전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각국이 원전 수명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미국의 경우 2010년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낮아지자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총 13기의 원전을 폐쇄했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수년 전까지도 값싸고 안전한 다른 에너지원이 있는데 굳이 사고 위험이 존재하는 원전을 돌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는 원전 가동에 감세 혜택을 주는 안이 담겼다. 현재 미국 정부는 경제적인 이유로 조기 폐쇄 위험에 처한 원전에 4년간 60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가스관을 잠그는 러시아에 직격탄을 맞은 유럽도 원전 가동에 적극적이다. 독일은 당초 올해 말 3기의 원전을 끝으로 ‘탈원전’을 완성할 계획이었지만 에너지 위기감이 고조되자 가동 연장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벨기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에 일찌감치 2025년 폐쇄될 예정이던 원전 2기를 2036년까지 가동을 연장하기로 했다.



원전 신규 건설 움직임도 활발하다. 에너지 생산량의 70%를 원전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2050년까지 원전을 최대 14기 추가로 건설하기로 했고 안전한 원전은 모두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영국도 원전 8기를 새롭게 지어 전력 생산량 중 원전 비중을 2020년 16%에서 2050년 25%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외에 체코와 폴란드도 새 원전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 역시 이달 24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새로운 안전 메커니즘을 도입한 차세대 혁신 원자로의 개발과 건설을 검토하라”고 관계 부처에 지시하면서 원전 신증설의 운을 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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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에 무게를 뒀던 국가들마저 속속 정책을 유턴하고 있는 것은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안정적으로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WSJ는 “전쟁 발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독일 등을 중심으로 반(反)원전 감정이 누그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정한 ‘2050년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도 하다. 화력발전과 달리 원자력발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다.

특히 많은 나라가 원전 수명 연장에 집중하는 것은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원전들은 지어진 지 평균 38년, 북미는 36년이 돼 통상적인 설계 수명인 40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비용이 들어가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기보다는 안정성을 갖추면서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는 풍력·태양광 등 친환경 발전보다도 더 적은 비용이 소요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것은 2050년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기 위한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필수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2000년대부터 공개적으로 원전 확대를 주장해온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국가 안보를 고려해서라도 각 나라가 원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머스크는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원전 폐쇄는 국가 안보 관점에서 미친 짓이고 환경에도 나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 3월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원전 폐쇄는 완전히 미친 짓”이라며 “원전을 폐쇄하지 말아야 하고 폐쇄한 원전도 다시 열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기후변화로 원전 가동에 따른 위험성도 점증하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대부분의 원전은 바다나 강 주변에 위치해 수력발전을 통해 필요 전력을 조달하고 원자로도 차가운 물로 식히고 있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해수면 상승, 가뭄, 태풍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여름 프랑스는 강의 수온이 올라감에 따라 냉각수로 사용에 제약이 생겨 일시적으로 원전 가동을 축소하기도 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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