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각국이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는 가운데 주요 전력 수출국인 노르웨이까지 전력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나서 주변국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노르웨이 석유에너지부는 이날 수력발전소 저수지의 수위가 더 낮아질 경우 전력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는 전력의 99% 이상을 수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이 중 5분의 1가량을 주변 국가에 수출하는데 기후변화로 올 들어 저수지 수위가 급격하게 낮아진 것이 문제가 됐다. 르몽드지는 통상 8월 초 댐 상류 저수지의 수위가 78.9%였지만 올해는 평균 68.4%에 불과하며 특히 남서부 지역은 이보다 낮은 50.4%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최근 남부 지역의 전기요금이 급등한 데다 전력망 공급 업체가 올 10월부터 전력 부족으로 인한 공장 폐쇄와 요금 인상, 전력 차단 등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노르웨이 정부의 발표에 덴마크 등 이웃 국가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가뜩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노르웨이마저 전력 수출을 제한하면 유럽 에너지 위기가 심화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국영 전력망 기업인 핀그리드의 유카 루스넨 최고경영자(CEO)는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전력 수출을 제한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될 것인데 이는 매우 위험하고 국수주의적이며 이기적인 행동"이라면서 민족주의적인 전기 수출 감소가 시장을 분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협력하지 않는다면 이는 러시아에 도움이 된다"며 "러시아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팀을 떠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스웨덴·핀란드·덴마크의 전력망 운영 업체들이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노르웨이 정부의 재고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수출 제한이 허용될 경우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제한 조치를 고려하면서 북유럽 및 유럽 전기 시장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