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피치블랙





1981년 6월 15일 호주 동부 해안에 위치한 윌리엄타운 공군기지에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적국의 전폭기 5대가 기지를 향해 돌진해 오고 있다는 경고였다. 수분 뒤 기지 격납고에 대기하고 있던 전투기 10여 대가 발진해 공격에 맞선 방어 대형을 구축했다. 다음 날에도 유사한 훈련이 이어졌다. 자국 영공 수호를 위한 호주 공군의 훈련 ‘피치블랙(Exercise Pitch Black)’은 이렇게 시작됐다.

피치블랙 훈련은 1982년까지 호주 공군 단독 훈련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미국 공군의 합류를 계기로 다국적 군사훈련으로 발전했다. 1984년부터 훈련은 2년마다 짝수 해에 실시되고 있다. 참가국이 10개국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훈련의 목적이 역내 안보와 우방국 간 연합 작전 수행 능력 향상으로 확장됐다. 훈련 장소도 남중국해와 가까운 호주 북부 다윈 공군기지와 동부 브리즈번 외곽 앰벌리 공군기지 등으로 확대됐다.



피치블랙 훈련은 미국과 중국 이외의 국가가 주관하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공군 연합 훈련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훈련은 ‘레드팀’과 ‘블루팀’으로 나눠 한 팀이 다른 팀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총 3주 일정으로 현지 적응 훈련 1주일, 본훈련 2주일로 구성된다. 본훈련은 공격 편대, 방어 제공, 긴급 항공 차단, 공중 급유 등의 작전이 실전처럼 강도 높게 실시된다. 2020년 훈련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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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열린 ‘피치블랙 2022’의 본훈련이 다음 달 7일까지 호주 다윈 기지에서 실시된다. 올해 훈련에는 미국·영국·인도 등 17개국에서 항공기 100여 대와 병력 2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훈련은 한국·독일·일본이 처음 동참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호주 측 제의에 따라 2010년 이후 5차례 훈련을 참관하는 데 그쳤으나 이번에 공중 급유 수송기 1대, 병력 130여 명 등의 전력을 직접 파견했다. 중국·러시아의 패권주의와 북한의 핵 위협에서 우리의 평화·안보를 지키려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의 연대를 튼튼히 해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고 강한 군대와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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