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유연근로시간제에 대해 근로자 10명 중 7명이 만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설문 조사에서 유연근무제를 이용하는 응답자의 73.3%가 현행 근무제 시행에 만족하고 있다고 답했다. 유연근무제가 업무 성과와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비율도 77%에 달했다.
지난해 7월부터 확대 도입된 주52시간제는 지나치게 경직되게 운영되면서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법 준수도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상반기 근로 감독을 벌인 결과 조사 대상 사업장 10곳 중 1곳꼴로 주52시간을 초과한 연장 근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다. 현장에서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 등 법정 근로시간을 이중 제한하는 현행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다 걸릴 판이라는 불만과 두려움이 팽배하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1주의 근로시간만, 독일은 1일의 근로시간만 제한한다. 한국은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도 2년 이하 징역형 또는 벌금형으로 너무 가혹하다. 미국은 근로시간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이 아예 없고 프랑스는 벌금형만 있다.
획일적인 근무 방식은 국가 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2020년 기준)은 41.8달러로 유연근무제에 관대한 미국(73.4달러), 독일(66.8달러), 영국(61.5달러), 일본(48.0달러) 등과 격차가 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달라진 노동 개념에 맞춰 노동법도 바뀌어야 마땅하다. 경쟁국들과 달리 유연성이 떨어지는 근무제만 고집하면 낙오자가 될 수 있다.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노동 개혁’을 외치며 정권 교체를 이룬 윤석열 정부는 약속했던 주52시간제 개혁 추진을 더 이상 미적대서는 안 된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좌초하지 않도록 주52시간제 대수술에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