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 예고가 국내 금융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8% 떨어진 2426.89, 코스닥은 2.81% 급락한 779.89로 각각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13년 4개월 만에 장중 1350원을 돌파하며 1350원 80전으로 고점을 찍은 뒤 전 거래일보다 19원 10전 오른 1350원 40전으로 마감했다.
시장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 발언으로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파월 의장은 26일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때가 아니다”라며 초긴축에 방점을 찍었다. 6월과 7월에 이어 9월에도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단행을 예고한 셈이다. 파월의 매파 발언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우리 경제의 위기지수도 급등했다. 강달러가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르고 이는 수입 물가 급등에 따른 고물가와 고금리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중국 등의 경기 둔화로 우리 수출 성장세가 둔화되는 반면 에너지 수입액이 급증하면서 무역수지 적자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런 위기에도 재정 여력이 한계에 이르러 재정을 통한 경기 방어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경제 주체들의 고통 분담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취약 계층을 보살피고 기업은 생산성 향상으로 물가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근로자도 임금 인상 자제로 어려움을 나눠야 한다.
미증유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을 챙기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여야는 경쟁도 하지만 국익과 민생을 위해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민생 앞에 여야와 정쟁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새로 출범한 야당 지도부도 무조건 반대를 외치기에 앞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에 힘을 합쳐야 한다. 이를 위해 한시가 급한 종합부동산세 관련법을 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의 활력을 되살리고 반도체특별법 등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