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용 주미한국대사가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한국 전기차의 ‘차별적 대우’ 문제에 대해 한미 정부 간 협의를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아닌 의회 주도로 통과된 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발효까지 된 상태라 법안 개정 등에 현실적 어려움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조 대사는 이날 워싱턴 DC 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한 특파원 간담회에서 “동맹이자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인 한국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부당하다는 의견을 제기 했고, 미국 측에서도 별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한미 협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 세액공제(신차 기준 최대 7,500달러) 조건과 관련해 생산지를 북미산으로 제한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 전기차에게는 치명적인 조항으로 평가된다.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이 선전하면서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테슬라(70.1%)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9%)를 차지했지만, 미국 내 전기차 공장이 완성되기 전인 향후 2~3년간은 가격 경쟁력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긴다.
이날 워싱턴 DC를 찾은 정부 대표단 역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과 우려를 전달하고 보완 대책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안성일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 기획재정부 손웅기 통상현안대책반장, 외교부 이미연 양자경제외교국장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대표단이 이날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방미했다.
안 실장은 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제도와 관련해서 우리 기업의 입장과 정부의 우려를 전달할 예정"이라면서 "앞으로 양국 간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단은 이번에 미 무역대표부(USTR), 상무부 등과 잇달아 접촉할 예정이며 이어 다음달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장관급 회의를 계기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워싱턴 DC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이처럼 정부간 채널을 가동해 IRA의 차별적 조치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최종적으로 법안 개정을 요구한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IRA를 이미 주요 입법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데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은 이미 선거 모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캐서린 타이 USTR대표는 앞서 지난 12일 하원이 IRA를 가결하자마자 성명을 내고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하고 최첨단 청정에너지 기술 개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더 전진시킬 역사적인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