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가 SK텔레콤(017670)과 손잡고 올해 말 QKD(양자키분배) 4세대 장비를 내놓고 내년 상반기에는 이를 세계 최초로 구독형 서비스로 선보인다. 양자(Quantum)는 에너지의 최소 단위다. 양자를 이용하면 강력한 보안 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올 초에는 ‘러시아 양자 센터'(Russian Quantum Center)를, 지난해 말엔 중국의 퀀텀씨텍(QuantumCTek)을 거래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도 했다.
IDQ와 SK텔레콤의 구독형 서비스로 국가 중심으로 연구·운영되어 온 양자 보안을 민간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년 반 만에 한국을 찾은 그레고아 리보디(Gregoire Ribordy) IDQ CEO는 29일 서울경제와 인터뷰에서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엄상윤 IDQ 한국지사장도 자리에 함께 했다.
IDQ는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제외하고 전 세계 매출액·특허 보유 세계 1위인 스위스 기업이다. IDQ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양자난수생성기를 선보였고 2006년 세계 최초로 양자키분배(QKD) 서비스를 출시했다. 양자 정보통신기술(ICT) 3대 산업은 양자컴퓨팅(연산을 빠르게 해 암호 해독에 활용), 양자암호통신(정보 탈취 차단), 양자센서(레이저 등 센서를 이용해 정밀하게 측정)로 나눌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아무리 뛰어난 양자컴퓨팅 기술로도 최고 수준의 양자암호통신을 해킹할 수 없다. 리보디 CEO는 “IDQ는 양자 분야의 석학 교수, 석박사 연구진이 있는 제네바 대학과 산학 협력을 해오고 있다"며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센서 두 분야에서 대적할 세계적 경쟁자가 없다"고 말했다.
IDQ가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건 SK텔레콤이 2018년 700억원을 들여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세대 이동통신(5G)은 자율주행차·의료·제조업 등 안전에 민감한 분야에도 쓰이기 때문에 보안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5G 통신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현재는 SK스퀘어가 IDQ의 최대주주로 있다. IDQ, SK텔레콤, 삼성전자는 2020년 세계 최초 5G 양자보안 스마트폰 ‘갤럭시A 퀀텀’을 선보인 뒤 올해 ‘갤럭시 퀀텀3’까지 매해 업그레이드된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리보디 CEO는 이날 인터뷰에서 올해 말 IDQ의 QKD 4세대 장비 출시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SK텔레콤과 함께 세계 최초로 구독형 QKD(QaaS·QKD as a Service)를 출시해 민간 상용화를 추진한다. 그는 “4세대 장비는 기존 대비 사이즈 1/10에 양자 송출 거리는 100km 이상"이라며 “소형화된 장비를 빼곡히 설치하지 않아도 돼 비용 효율성이 높다”고 했다. 특히 정부 주도로 진행되어 온 QKD 기반 양자암호 서비스의 진입 장벽을 낮춰 금융·정보기술(IT) 등 민간 적용이 확대될 거라 기대했다.
양자암호통신에서 QKD와 PQC(양자내성암호) 두 가지 방식 중 어느 게 우월한 지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두 기술은 상호 보완적”이라며 “하드웨어 기반의 QKD는 핵시설·금융·통신 등 고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곳에, 소프트웨어 기반의 PQC는 싸고 적용이 쉬운 특성상 보안 수준이 낮은 곳에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QKD는 양자 특성을 접목한 별도 장비를 통해 제3자가 암호키 탈취를 시도할 경우 이를 감지해 해킹이 불가능하도록 만든 기술이다. PQC의 경우 양자컴퓨터가 암호 해독이 어려운 수학적 알고리즘에 기반해 해독 시간을 지연시키는 기술이다. SK텔레콤은 QKD중심으로, LG유플러스는 PQC 중심으로 양자암호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보디 CEO는 “IDQ와 SK텔레콤은 QKD와 PQC 등 양자 기술 전반을 아우르고 있는 회사”라고 했다.
2001년 IDQ를 설립한 리보디 CEO는 본인이 물리학을 전공하던 1980~90년대만 해도 “양자는 소수만 연구하던 분야(very small field)"라고 했다. 그는 일찍이 양자암호의 성장 가능성을 깨닫고 1997년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 응용물리학 연구원 시절부터 양자암호기술 개발에 매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