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를 고도화한 북한이 미래에 생화학·전자기 무기와 같은 기타 대량살상무기(OWMD) 및 전자기사이버역량을 공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한미 싱크탱크의 분석이 나왔다.
아산정책연구원은 30일 미국 랜드연구소와 공동 발간한 '북한의 화생무기, 전자기펄스(EMP), 사이버 위협: 특성과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우려했다. 보고서는 북한 화학무기 2,500~5천t를 보유한 것을 알려졌다고 전했다. 반면 생물학 무기 규모와 EMP 공격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북한은 평시에 억제, 강압, 영향력 행사를 위해 생화학무기와 EMP 등 기타대량살상무기(WMD)보다는 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며 "평시에 기타대량살상무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보복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 그림자’가 한미 대응을 상당 부분 억제할 것으로 기대하며, 미래에는 평시에도 기타대량살상무기 및 사이버 역량을 더 공격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전시에 북한은 전투에서 승리하고 정권의 붕괴를 피하기 위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와 사이버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이들 무기는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전면전의 성격을 상당히 바꿔 한미 군사력 및 민간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며 한국과 미국은 대참사를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북한이 OWMD 및 사이버공격을 활용해 제한적 공격을 하려는 것을 한미가 억제하려면 북한의 공격을 탐지하고 공격 책임 소재를 파악하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사실상 전면전이 실제로 시작될 것이라고 판단하면 북한의 미사일·핵무기를 격퇴하기 위해 조기에 재래식 대(大)전력을 개시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 뿐 아니라 OWMD 사용할 징후가 뚜렷하고 임박할 경우 한미가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뜻인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한미군사계획에 북한의 전면적 기타대량살상무기·사이버 공격을 가정한 시나리오를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감시와 경고, 대전력 작전, 적극 방어와 소극 방어, 복구 및 재건, 민방위 등을 포함해 충돌 발생에 대비한 전략 및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정부와 한미연합사가 이러한 전략·역량 개발을 완료하지 않았다면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도발하는 경우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김정은 정권이 ‘악성 암’으로 간주한 한국의 대중문화를 북측에 대량 유입시키거나, 유엔안보리 제재를 위반하고 석탄 등의 화물을 운송하는 북한 선박을 금지 및 몰수하여 군사계획에 전용되는 외화조달을 방해하겠다는 위협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 등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위반 사례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보고서는 한미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고 입증함으로써 한반도의 대립 고조에 대한 김씨 정권의 정당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한미가 북한에 각종 지원을 타진하며 협상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불법 환적에 연루된 선박을 차단·몰수하는 등 경제 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며 이른바 ‘당근과 채찍’을 병행해 북한에 대한 협상주도권을 잡을 것을 제언했다.
이날 오전 열린 보고서 발표회에는 이준규 이사장, 최강 원장, 차두현 수석연구위원, 고명현 선임연구위원 등 아산정책연구원 인사와 자문그룹,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브루스 베넷 전 미 랜드연구소 연구위원, 그레고리 존스 미 랜드연구소 연구위원이 화상으로 연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