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규제 법안을 쉽게 제정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30일 ‘과잉 입법 논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경총과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 개최한 토론회에서 “규제 입법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는 관행은 개선이 필요하다”며 “21대 국회 전반기 2년 동안 발의된 법안을 살펴보면 특정 분야에 관한 보호를 강조한 나머지 기업 부담에 대한 검토는 소홀했던 경우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손 회장은 “어떤 제도라도 일단 법제화되면 보완과 개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해당 법률이 국민의 기본권과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는지 면밀한 사전 검토가 수반돼야 한다”며 “기업 투자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최근 들어 비슷한 내용을 쪼개거나 문구만 고친 법안이 다수 발의되는 등 부실 입법이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20대 국회 4년간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 수는 20년 전에 비해 20배 넘게 증가했고 매년 본회의에서 통과되는 법안 수도 영국의 79배에 달하지만 입법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가 높지 않다”며 “졸속·부실·과잉 입법 문제의 핵심은 규제를 양산해 시장의 혁신과 활력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과잉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로 ‘기업규제 3법’과 ‘타다금지법’을 언급했다. 그는 “2020년 12월 통과된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은 아무런 규제 영향 평가가 없었고 같은 해 3월 통과된 타다금지법은 신산업을 울린 대표적인 규제 개혁 실패 사례”라고 했다.
토론회에서는 기업이 기술 변화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기 위해 규제 법안 발의 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종한 한국행정연구원 규제혁신연구실장은 “검증 없이 양적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의원 발의 규제 법률안은 획일적인 규제로 인한 문제를 심화시키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기술 환경에 민첩한 대응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크다”며 “규제 입법에서 국회의 역할이 증가할수록 행정부와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규제연구센터 센터장은 “의원 발의 법안은 정부 발의 법안과 달리 규제 심사 절차가 없다. 법안 심사 단계에서 규제 수준을 다양하게 조절하는 방식과 규제 없이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비규제 대안’까지 폭넓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