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청간 임금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고 협력업체 근로자는 산업재해와 임금체불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고용노동부가 51일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남긴 상처 치유에 나섰다. 하청 노조가 하지 못한 원청과 교섭을 사실상 고용부가 대신하는 모양새다. 고용부는 단순한 하청 근로자의 임금 개선뿐 아니라 원·하청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 장관은 30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표를 만나 차담회를 열고 조선업 이중구조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조만간 발표될 대책은 원·하청간 공정거래 문화 확산,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 환경 개선, 직무와 숙련도에 따른 보상체계 개편 지원 등이 담긴다. 일련의 대책은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요구했던 내용이다.
고용부가 직접 대책 마련을 한 이유는 대우조선 하청 파업의 원인이 노사 문제로 국한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 규모, 원·하청, 고용 신분 등에 따라 두 층으로 나뉜 이중구조가 파업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된다. 최근 산업현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파업과 농성은 원·하청 갈등이 불거졌다는 공통점도 있다. 이 장관은 “조선업 종사자는 청년을 중심으로 줄고 있고 이탈한 숙련인력이 조선업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며 "조선업의 고용구조와 근로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게 노동시장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우조선 하청 파업의 쟁점은 원·하청 교섭이 가능한지였다. 원청은 관련 법상 하청과 교섭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 하청은 실질적인 사용자인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빠졌다. 고용부는 양측의 입장이 지켜지는 선에서 '원청과 대화'에 대신 나서는 일종의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는 이중구조 대책에 원·하청간 상생 생태계 조성안을 포함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이날 조선업 5개사와 사내협력사 협의회 대표들과 추가로 간담회를 했다. 이 장관은 "조선업 문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공동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상시적 협의 틀을 구축하겠다"며 "상생협의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역할을 해달라"고 참석기업에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