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원가 압력 못견뎌"… 종이값 7% 또 오른다

펄프가격 급등 행진에 한계 봉착

국내 1·2위 제조기업 한솔·무림

내달 인쇄용지 할인율 7% 축소

포장재 등도 잇따라 가격인상 조짐

생필품 물가에 연쇄 파장 불가피





국내 1·2위 제지 기업인 한솔제지와 무림페이퍼가 올해 세 번째 종이 가격 인상에 나선다. 해상 운임과 국제 펄프 가격이 치솟는 탓에 원가 압력이 갈수록 심해져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에서다.



30일 제지 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9월 1일부터 출고하는 일반 인쇄용지(백상지·미색지·아트지·서적지)의 기준가(고시가) 대비 할인율을 축소하는 형태로 인쇄용지 가격을 올린다. 한솔제지는 할인율을 7%를 줄이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거래처에 보냈다. 1월과 5월에 이어 올해 벌써 세 번째 가격 인상이다. 1월에는 기준가 대비 7%, 5월에도 기준가 대비 15% 종이 값을 높였다. 지난해에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가(고시가) 대비 할인율을 축소하는 형태로 인쇄용지 가격을 올렸는데 올해는 벌써 세 차례나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다.

같은 날부터 무림P&P와 무림페이퍼도 인쇄용지 가격을 인상한다. 할인율을 7% 축소하는 같은 방식이다. 무림그룹도 한솔제지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7~10% 정도의 할인율 축소를 단행했다. 올해 1월과 5월에 기준가 대비 7% 수준으로 인쇄용지 가격을 올렸다. 한국제지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지연합회 관계자는 “업계 1·2위 회사가 또다시 종이 가격 인상에 나선다는 것은 운임료 상승세가 지속되고 국제 펄프가격(8월말 기준 1030달러)이 역대치로 치솟는 등 원가 부담이 급격히 빨라져 경영상 한계에 직면했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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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인쇄용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 감열지 같은 특수지 가격 인상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감열지 수출 가격을 최대 10%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6월 1일부터 수출용 포스용 감열지(영수증용 등) 가격을 10%, 7월 1일부터 출고되는 라벨용(택배용 등) 감열지 가격을 15% 인상했는데 추가로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8월 말 미국 남부산혼합활엽수펄프(SBHK)의 가격은 톤당 1030달러다. 전월 대비 1.98% 증가했다. 5월에 역대치인 925달러(2021년 6월)를 경신 한 이후 6월(940달러), 7월(970달러), 8월(1010달러)까지 잇따라 최고치를 갱신 중이다. 675달러였던 올 1월 펄프 가격과 비교하면 52.6%나 급등했다.

제지업계의 가격 인상은 일반 인쇄용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종이 제품과 연관 업계의 연쇄 가격 인상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산업계 전반이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일반 인쇄용지에 그쳤지만 식품 포장이나 택배 라벨용으로 주로 쓰이는 특수지인 글라신지로 적용되면서 가격 인상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 보고 있다. 삼화제지 경우 팬시용지에 대해 9월 1일부터 공급가 대비 10% 가격 인상을 거래처에 통보했다.

주요 제지 업체의 종이 값 인상으로 관련 제품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화장지와 기저귀·물티슈 등의 가격 인상을 비롯해 배달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 포장재 가격에 영향을 미쳐 생활 물가에 상당한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유가 급등, 과도한 해상 운임 및 수요 감소, 국제 펄프 값 상승으로 인쇄 용지를 팔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얘기를 공공연히 할 만큼 제지 업계의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며 “화장지·기저귀·물티슈 등 생필품 가격 인상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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