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영국 시민권 취득을 위한 특별 비자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이 2020년 7월부터 시행되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엄격한 코로나19 규제까지 더해져 홍콩의 인구는 가파르게 줄어드는 추세다.
30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신청한 홍콩인은 14만 500명으로 집계됐다. BNO 여권은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던 1997년 이전 태어난 홍콩인들에게 부여하는 특별 여권이다. 영국 정부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에 대응해 지난해 1월 BNO 여권 소지자들이 5년간 영국에 거주한 뒤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혜택을 확대했다.
신문은 "홍콩 국가보안법이 많은 홍콩인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며 끊이지 않는 BNO 신청이 중국의 정치적 억압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던 2019~2021년 BNO 여권 발급 건수가 52만 건으로 이전 3년(2016~2018년)의 7.6배에 달했다는 것이 주요 근거다.
그 결과 홍콩에선 인구 감소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홍콩 당국이 11일 발표한 홍콩 인구는 6월 말 기준 729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만 1000명(1.6%) 줄었다. 이는 1961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젊은 층의 인구 감소가 뚜렷하다. 홍콩 인구가 2019년 말 정점에 달한 이후 20대 미만 거주자는 9만 7000명, 20~30대는 23만 5000명, 40~50대는 8만 4000명 감소했다.
이에 대해 홍콩 당국은 출생보다 사망이 더 많아 생긴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문은 "감소의 상당 부분은 1년간 11만 명이 해외로 순유출됐기 때문"이라며 "중국 정부가 홍콩 학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자녀를 둔 많은 가정들이 영국, 캐나다 등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중국의 '제로 코로나'와 궤를 함께 하는 홍콩의 엄격한 코로나19 규제 또한 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홍콩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승인한 표준 취업 비자는 5701개로 2019년보다 무려 70% 감소했다. 홍콩투자기금협회의 조사에서는 회원 약 70%가 홍콩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