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첫 통화를 하고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말했다. 하지만 시점과 형식은 엇갈렸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회담 대신 국민의힘 지도부 문제가 수습된 후에 여야 대표와 함께 만나자고 제안했다. 대선 이후 공수를 바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이 대표와 민주당이 정기국회와 맞물린 회동 일정을 두고 기싸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국회를 예방한 이진복 정무수석을 통해 전화 통화를 했다. 두 사람의 통화는 3월 10일 대선 결과가 발표된 뒤 처음이다.
이 수석과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예방 직후 취재진을 만나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빠른 시간 내에 만날 자리를 만들어보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통화는 이 수석이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한 뒤 연결해주는 식으로 이뤄졌다. 통화는 약 3분가량 진행됐다.
이 수석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통화하기를 원하신다”고 하자 이 대표는 흔쾌히 “좋다”고 응했다.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먼저 “당선을 축하한다”는 말을 건넸고 이 대표는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민생 법안의 입법과 관련해 서로 협조해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자” 등의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또 “윤 대통령께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고 박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도울 일이 있으면 저도 돕겠다”며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운데 민생 입법에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협력할 것은 찾고 서로 다른 입장은 조율하자”고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덕담이 오가는 와중에도 미묘한 입장 차를 확인했다. 통화 직후 김은혜 홍보수석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당이 안정되면 가까운 시일 내에 여야 당 대표들과 좋은 자리를 만들어 모시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윤 대통령에게 야당 대표와 독대하는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별도의 브리핑까지 내며 국민의힘 대표도 함께하는 회동 형식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대표를 예방한 이 수석 역시 영수회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수석은 “영수회담이라는 말은 안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만남이 영수회담의 형식이 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민생 입법과 관련해 국민의 삶을 개선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대통령과 민주당 대표가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국민의힘 상황이 수습된 시점에 대화를 하자고 했다. 이 대표와의 만남이 추석 전에는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다.
한편 이 대표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에게 평산마을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에 경호 구역을 확장해 극우 유튜버 등의 시위를 제한한 조치에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