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 우리나라도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의 해외 유출을 막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3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국가정보원, 특허청과 함께 ‘경제안보 시대, 첨단기술 보호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비가 연간 73조 6000억 원에 이르는 만큼 기술과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실 특허청장도 “기술유출 방지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야만 성과를 낼 수 있는 만큼 두 분야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국정원 산하 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적발된 첨단기술 해외 유출 건수는 모두 83건이다. 이 가운데 33건(39.8%)은 국가안보와 국내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례로 꼽혔다.
피해 집단별로는 중소기업이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은 31건, 대학·연구소는 8건이었다. 특히 피해 분야를 보면 반도체·전기전자·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정보통신 등 한국의 주력사업(69건)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밀보호센터는 경쟁국이 기술 탈취 수법으로 △핵심 인력 매수 △인수합병 △협력업체 활용 △리서치 업체를 통한 기술정보 대행 수집 △공동연구를 가장한 유출 △인허가 조건부 자료제출 요구 등을 주로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우리나라 기업과 외국기업 간 특허 소송은 총 250건이었다. 전년 187건보다 33.7% 증가했다. 이 중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소송 전문기업(NPE)의 특허공격은 149건(59.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김일규 특허청 산업기술보호정책과장은 이같은 소송을 막기 위해서는 △영업비밀 관리시스템 보급 △영업비밀 원본증명 서비스 △관리체계 컨설팅 △영업비밀 보호센터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문삼섭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예방조치, 유출 시 효과적 대응, 재발 방지를 위한 기반라 구축 등 세 박자가 갖춰진 방지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술·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형사소송 과정에서의 영업비밀 유출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