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원전 12기(수명연장)에 6기 추가 가동…탈원전 폐기 로드맵 나왔다

[尹정부 첫 전력수급계획]

신재생 중심 탄소중립 허상 깨고

원전 비중 대폭 확대 현실성 높여

원전+신재생 발전비중 56.6%

NDC 배출목표 달성 무리 없을듯

올겨울 에너지 위기 대응책 빠져

"석탄감축 2년 유예해야" 주장도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문재인 정부 당시 수립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메스를 들이댄 것은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 수급 계획으로는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30일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계획(전기본)’을 통해 원전을 배제한 탄소 중립을 꿈꿨던 이전 정부의 허상을 깨뜨렸다. 전체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그대로 유지하되 원전 비중을 대폭 높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춰 목표의 현실성을 높였다. 아울러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과 신규 원전 건설에 더해 신재생에너지 보급도 지속하며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0월 NDC 상향안 발표를 통해 2018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26.3%에서 40%로 대폭 늘리면서 원전 비중을 23.9%,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30.2%로 각각 제시했다. 2020년 12월 발표한 9차 전기본과 비교하면 원전 비중 축소에 더해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의 발전 비중까지 53.2%에서 41.3%로 크게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대폭 끌어올렸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겨우 7%를 넘겼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이날 에너지 전문가들로 구성된 총괄분과위원회가 발표한 10차 전기본의 핵심은 ‘탈원전 폐기’와 ‘에너지 안보 강화’다. 10차 전기본은 올해부터 2036년까지 15년간 전력 수급의 장기 전망과 전력 수요 관리, 발전과 송·변전 설비 계획 등을 담은 중장기 계획이다. 정부는 앞서 7월 ‘새 정부 에너지 방향’ 발표 당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내년 4월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줄줄이 문을 닫기로 했던 원전 12기(10.5GW)의 계속 운전을 추진한다. 또 올해 하반기 상업 운전에 들어갈 신한울 1호기를 비롯한 원전 6기(8.4GW)의 건설을 완료한다. 이를 통해 2030년 원전 발전량을 201.7TWh까지 끌어올려 전체 발전량의 32.8%를 맡게 할 방침이다. 전기본 총괄분과위원장을 맡은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계속 운전과 건설 완료되는 원전을 에너지 안보와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은 실현 가능한 수준인 21.5%로 하향 조정됐다. 다만 설비용량 기준으로는 올해 28.9GW에서 2030년 71.5GW, 2036년 107.4GW로 계속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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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력 수급 계획을 수술대에 올린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당장 올겨울은 물론 내년까지도 전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을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원전의 수명 연장 없이는 올겨울 ‘블랙아웃(대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지금은 긁어모을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을 다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당장 올해와 내년이 고비인 만큼 수명이 끝나는 원전의 계속 운전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번 10차 전기본에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전력망 건설을 확대하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가격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단계적 가격 입찰로 전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전력 시장·요금 및 규제 기구의 독립성·전문성을 강화해 전력 시장의 경쟁 여건을 조성하기로 했다.

10차 전기본에서 예상한 2030년 에너지믹스 중 무탄소 전원인 신재생과 원전의 발전 비중 합계는 56.6%로 지난해 발표한 NDC 상향안의 57.7%와는 큰 차이가 없다. 총괄분과위원회가 기존 NDC 상향안에서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 목표 달성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는 이유다.

다만 당장 올겨울 에너지 위기 대응책이 빠져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석탄발전 감축을 2년간 유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지금은 2030년이 아닌 당장의 에너지 수급 대책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며 “원전 비중 확대와 함께 LNG 등 화석연료 수요를 최대한 억누를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총괄분과위원회가 공개한 실무안을 토대로 환경부의 전략 환경영향평가, 국회 상임위 보고와 공청회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10차 전기본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발표되는 날 10차 전기본을 내놓았다는 점을 들어 환경 단체의 반발 등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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