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을 조기 치료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윤창호 교수와 고려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 연구팀은 장기간 수면무호흡증이 성인의 뇌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세계 최초 대규모 연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이 뇌기능 및 뇌백질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면서 관련 정책을 만드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수면무호흡증이란 잠을 자는 동안에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거나 상기도가 자주 좁아지면서 호흡을 방해하는 수면장애 증상이다. 코골이를 대표적 예로 들 수 있다. 정상 성인도 과음을 하거나 피곤하면 코를 골 수 있지만 심한 코골이와 함께 거친 숨소리가 동반되다가 무호흡으로 조용해진 다음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호흡이 다시 시작된다면 수면무호흡증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수면의 질을 낮춰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성인 1110명을 △정상군(1, 2차 음성) △호전군(1차 양성, 2차 음성) △발생군(1차 음성, 2차 양성) △지속군(1, 2차 양성)으로 분류한 다음, 1차(2011년~2014년)와 2차(2015년~2018년) 등 4년 간격으로 뇌-자기공명영상(뇌-MRI) 및 신경인지검사 결과를 시행했다.
분석 결과 수면무호흡증 발생군에서는 집중력과 시각정보처리 기능과 관련 뇌영역에서 손상을 확인한 반면 수면무호흡증 호전군에는 손상된 시각기억 경로의 회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면무호흡증이 발생한 그룹에서는 지속적 주의집중 및 시각정보 처리 기능이 3.2% 저하된 데 반해 수면무호흡증이 호전된 그룹에서는 시각 기억의 즉각 회상(immediate recall) 및 지연 회상(delayed recall) 검사점수가 각각 평균 17.5%, 33.1% 증가한 것이다.
또한 수면무호흡증 지속군에서는 시각기억과 관련된 뇌손상이 발견됐다. 4년간 수면무호흡증이 지속된 경우, 인지장애 및 치매에 취약한 60세 이상 장년층에서 시각 기억 능력의 유의미한 저하가 나타났으며 해당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뇌 백질(white matter)의 손상(변성)이 확인됐다. 백질은 주로 신경세포의 축삭이 지나가는 곳으로 축삭은 마치 전깃줄과 같아서 다른 신경세포로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백질이 손상(변성)되면 축삭을 통한 정상적인 전기신호 전달이 어려워지고 이는 곧, 뇌 기능 저하 및 인지장애로 이어진다. 이러한 결과는 고령 외에도 남성에게서 더욱 잘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에 따라 수면무호흡증을 조기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 뇌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며,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치매 등 인지장애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수면무호흡증 발생군의 무호흡증 정도가 대부분 경증임에도 불구하고 인지저하 및 뇌손상이 확인된 점에 비춰볼 때, 중증 뿐 아니라 경증 수면무호흡증도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에 발생하는 증상인 만큼 환자 스스로 인지하기가 어렵다. 장기간 방치할 경우 치매 및 인지장애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심하면 고혈압,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조기 진단 및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알려졌다. 기존 수면무호흡증 연구가 추적 관찰기간이 짧거나 연구 대상이 적다는 한계를 지닌 데 비해 이번 연구는 수면무호흡증이 장기간 이어질 때 환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처음으로 밝혀내면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 받는다.
연구 교신저자 윤창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수면무호흡증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예후가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급속히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 및 인지장애의 발생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진료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것으로 하버드의대 로버트 토마스 교수도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