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일지 모른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불안합니까. 병원 사정 때문에 몇 주 혹은 몇 달씩 기다리라고 할 수 없죠. 우리 병원은 암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오면 내원 당일, 늦어도 다음날까지 진단을 완료하고 1주일 내 수술 일정을 잡습니다."
문병인(사진) 이대여성암병원장은 1일 서울경제와 만나 "환자가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진료에 임하다 보면 환자 마음이 열려 치료 효과도 더욱 좋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대여성암병원은 2009년 3월 국내 최초 여성암전문병원으로 출발해 차별화된 진료 시스템과 친화적 서비스로 여성암 치료 대표 병원으로 자리 잡았다. 암 진단 1주일 내 수술하고 한 공간에서 진료와 검사를 실시하는 '원스톱 서비스', 여성암 환자 전용인 ‘레이디병동’은 문을 연 지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독보적이다. 문 원장은 "개원 당시 이렇게 신속하게 검사와 수술을 하는 것은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뿐 아니라 내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기에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내 어머니, 내 부인이란 마음으로 전 직원들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직원들에게 한결같이 “병원은 병이 아닌 사람을 고치는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환자들과 적극 소통하는 것도 그런 신념에 따른 것이다. 실제 병원 차원에서 ‘이유회’(이대유방암환우회)·'난초회'(부인암·난소암 환우회)를 운영하며 ‘여성의 몸과 마음을 가장 잘 아는 병원’이란 정체성을 구현하는 데 힘쓰고 있다. 특히 의료진이 동참하는 봄·가을 정기산행과 마라톤, 페스티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환자들과 만날 수 있는 정기산행은 문 원장도 손 꼽아 기다리는 행사다.
진심이 통한 덕분일까. 이대여성암병원에서 치료받은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4%로 국내 평균(92%)보다도 높다. 문 원장은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주고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로 잡아야만 암이 생긴 근본 원인이 해결되고 재발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며 "몇시간씩 함께 산을 오르내리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 잘못된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효과도 있다"고 귀띔했다. 환자 관리를 잘 하면 치료 성적이 오르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철학이기도 하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이달부터 진료공간을 새롭게 단장하고 확장 오픈했다. 통합 운영해오던 갑상선암센터와 유방암센터를 분리해 특성화하고, 별관 4층에만 있던 병동과 시설을 5층까지 확대했다. 국내 유방암 수술 최다 기록을 보유한 서울아산병원 출신 안세현 교수가 합류해 전문성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이대여성암병원은 이번 확장을 통해 미국의 MD앤더슨, 존스홉킨스암센터를 경쟁 상대로 잡았다. 문 원장은 "유방암 치료는 이미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한다"며 "최첨단 장비와 의료진을 보강한 만큼 세계 최고의 여성암병원을 목표로 달려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