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에 이어 전셋값도 급락하면서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에 세입자들의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늘며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전세가격 하락에 ‘역전세난’ 현상이 심화되면서 전세 만기를 앞둔 임대인들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한국부동산원의 8월 다섯째 주(29일 기준) 주간 아파트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0.15% 떨어졌다. 이는 부동산원이 주간 아파트 시황을 공개하기 시작한 2012년 5월 7일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올 2월 14일 -0.01%로 하락 전환한 후 하락과 보합을 반복하며 28주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전셋값 역시 0.20% 떨어지며 조사 이래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서울은 0.09% 하락해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으나 경기(-0.22%)와 인천(-0.34%)은 모두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은 25개 구의 전셋값이 모두 하락한 가운데 도봉구(-0.27%), 은평구(-0.23%), 서대문구(-0.23%) 등 외곽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인천은 중구(-0.56%), 수원은 영통구(-0.61%)를 중심으로 입주 물량이 많은 곳이 크게 떨어졌다. 이 외 5대 광역시(-0.08%→-0.16%)도 변동 폭이 2배 뛰며 역대 최대치로 하락했으며 세종(-0.38%→-0.44%)도 하락세가 거셌다.
전세 수요가 급감하며 계약 만료를 앞둔 임대인들도 세입자 구하기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 5097건으로 1년 전(2만 2074건)보다 58.9% 늘었다. 경기와 인천도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각각 2배 이상인 132.5%, 144.3% 증가해 4만 7903건, 1만 1503건을 기록했다.
부동산원은 “서울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반전세·월세 전환 수요가 늘고 갱신 거래 위주로 거래되며 신규 수요가 감소했다”며 “경기와 인천도 입주 물량이 늘며 매물 적체가 심해진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 아파트값은 강원(-0.02%)과 전북(-0.01%)이 하락 전환하며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시도 기준으로 전국이 모두 하락 전환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낙폭도 전주보다 0.01%포인트 커진 0.15% 하락해 이달 중 사상 최대치(-0.16%)를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과 전북 집값마저 하락세로 돌아서며 일부 지역은 ‘깡통 전세’ 위험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아파트 평균 가격 기준 전남 광양(85.7%)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 외 경기 여주(84.1%)와 이천(82.9%), 포항 북구(85.9%), 청주 서원구(84.2%), 충남 당진(83.5%), 강원 춘천(82%), 전북 군산(80.8%) 등도 전세가율이 80%를 웃돌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깡통 전세 위험이 크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