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일식집에서나 볼 법했던 ‘오마카세(맡김차림)’가 다양한 카테고리와 가격대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스시는 물론 한우, 돼지고기, 심지어 디저트와 커피 등을 오마카세로 선보이며 사람들의 다양한 입맛과 소비심리를 공략하며 진화하고 있다.
4일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 트렌드에 따르면 2020년 8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최근 2년간 ‘오마카세’ 검색량이 2배가량 증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오마카세’ 관련 게시글만 53만 개를 훌쩍 넘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오마카세는 최근 다양한 음식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일례로 벨기에의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이달 말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에 디저트 오마카세 매장을 오픈한다. 가격은 6~7만 원대이며, 샴페인이나 와인 등을 곁들인 5종의 메뉴들로 구성된다. 고객들이 고디바에서 새로운 디저트를 맛보고 경험한다는 콘셉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평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주조는 지난달 초 전통주에 한식 오마카세를 곁들인 레스토랑 ‘푼주(PUNJU)’를 열었다. 셰프의 제철 한식 오마카세와 석탄주·부의주·백화주 등 지평주조의 프리미엄 막걸리를 페어링해서 즐길 수 있다.
오마카세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대형 유통업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7월 한 달 동안 청담동에 위치한 고급 한우 오마카세 레스토랑인 ‘우월’에서 마블나인 오마카세를 기간 한정으로 선보였다. 한우 전문 MD가 매일 한우 직경매에 참여해 엄선한 최고 품질의 한우 ‘마블나인’을 포함해 총 14종의 메뉴를 오마카세로 제공했다.
특히 오마카세는 최근 나타나는 젊은 층의 소비 양극화 현상을 반영하며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 시대의 영향으로 일명 ‘짠테크’를 시작한 청년들이 많아졌지만 동시에 이들이 명품·프리미엄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신라호텔의 경우 일식당 ‘아리아께’의 오마카세 가격을 이날부터 최대 20% 인상했다. 점심은 22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저녁은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랐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4팀(최대 8명)만 예약받는 고급화 전략이 통하면서 만석을 이어가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올해 7월 일식 파인 레스토랑 ‘라쿠’에서 스시 오마카세를 선보였다. 일본 스시 장인으로부터 전수받은 전통 레시피로 눈앞에서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소비와 프라이빗한 예약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20~30대 사이에서 오마카세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명품 브랜드 케이스에 한우를 올려 제공하는 이색적인 오마카세 레스토랑도 SNS를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