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화물차 기사라고 해도 계약한 업체에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고 해당 업체 업무만 전속해서 수행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행정1부(이수영 부장판사)는 화물차 기사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5월 골판지 제조·판매업체 B사에서 상자 2500개를 자신의 화물차에 싣고 경북 한 농가로 이송한 후 지게차를 운전해 상자를 내리는 작업을 하다 사고로 숨졌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공단이 개인 사업자인 화물차 기사를 근로자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A씨와 B사, B사에서 상자 이송 업무를 도급받은 C사의 업무 지시 관계, A씨 업무 성격 등을 따져 A씨를 근로자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당초 B사에 직접 고용돼 일하다가 B사가 운송 업무를 외주화하는 과정에서 C사와 계약을 맺게 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B사는 C사를 통해 A씨에게 복장 규정, 작업 방식 등을 지시했고 A씨는 B사 이름과 로고가 적힌 근무복과 모자를 착용하고 일했다. B사는 또 A씨에게 지게차 면허를 딸 것을 요구했고 A씨는 면허를 취득했다.
재판부는 A씨가 개인 사업자지만 2013년부터 사고를 당할 때까지 사실상 B사가 직·간접으로 맡긴 업무만 수행했다고 봤다. 또 업무량을 볼 때 다른 업체 일을 맡을 수도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C사 근로자 형식으로 B사에 근로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B사는 외주 운송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A씨를 고용하지 않으면서도 A씨 근로를 고정적으로 받는 이익을 누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