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개혁은 결국 대통령의 몫이다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조기 성과 실현으로 추진 동력 확보해야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한국은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60년대 초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1991년까지 불과 30년만에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세계 유일 국가다. 그 성공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으나, 그 중 으뜸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있는 대통령이 추진 과정에서 해당 부처 장관과 관계 공무원을 정치적으로 확실히 밀어주었다는 사실이다. 1960년대 환율, 금리 등 각종 경제정책 수단을 수출 진흥 방향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개혁을 단행한 박정희 대통령은 정책을 추진하는 장관과 경제 관료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는 수출 신장율 연 40%, 경제 성장률 연 10%로 요약되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었다. 1980년대 추진된 중화학공업화와 새마을사업 역시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지원한 산물이다.



이러한 전통은 전두환 정권에서도 계속되었고, 개혁의 주제는 물가 안정으로 바뀌었다. 당시 김재익 경제수석은 안정화 정책의 필요성에 대해 대통령을 설득했고,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은 경제 관료들은 인기 없는 임금과 예산 동결 등의 개혁 조치를 적극 추진했다. 그 결과는 ‘고도 성장, 한 자리 물가, 국제수지 흑자’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것이다. 그러나 1988년 이후 민주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대통령의 권위와 개혁 의지는 크게 위축되었고, 이는 결국 우리 경제의 국제 경쟁력 약화와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정치 경력이 풍부한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각각 경제 정의 구현의 기반인 경제 실명제와 국가 경쟁력 제고에 필요한 재벌 및 금융 개혁을 추진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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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민주화 이후 대다수 정권에서 개혁 실적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외환위기 과정에서 추진된 개혁으로 인해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SK 하이닉스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들은 국제 무대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견고히 유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중 패권경쟁 과정에서도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다. 반면, 걱정스러운 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무상 급식이 찬성론자들의 승리로 마무리됨으로써, 선거 과정에서 포퓰리즘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여야 후보 공히 상당수 인기영합적 공약을 발표하였고, 이는 향후 재정 운용에 큰 부담이 될 것이 확실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보수 진영 후보로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이 규제와 노동·연금·교육 등 4대 개혁 과제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고, 집권 후에도 이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개혁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다양한 연구의 공통적인 결론은 가급적 빨리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이끌어 냄으로써 개혁에 필요한 정치적 동력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규제 개혁의 경우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세계적 붐을 이루고 있는 원격 진료가 의료계와 합의 하에 추진될 수 있다면 국민 다수가 규제 개혁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노동 개혁 역시 보수와 진보 진영 간 논란의 여지가 많은 법 개정 이전에 불법 노사분규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이 선행된다면 노동 개혁에 대한 재계는 물론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연금 개혁도 보험료 인상은 20년 정도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추진하면서, 심각한 노인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면 연금 개혁의 정치적 추진력 또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교육 개혁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이에 관한 교사 훈련 강화를 통해 맞춤형 교육의 성과를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다면, 교육 개혁에 필요한 추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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