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금융권의 벤처펀드(벤처투자조합·개인투자조합) 수탁 거부에 따른 펀드 결성 논란의 대안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이 수탁업무를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벤처캐피탈(VC)들이 펀드레이징(자금 조달)에 성공했지만 금융기관이 수수료가 낮고 정부의 모태 펀드 참여가 없다는 이유로 수탁업무를 맡으려 하지 않아 신규 펀드 결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자 산하 기관을 활용하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6일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캐피탈업계 등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벤처펀드에 대한 수탁업무를 맡아온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 연간 수탁보수율(펀드 설정액의 0.05%)이 낮고 라임펀드과 옵티머스펀드 불법운용 사태로 수탁사에 대한 책임 논란이 거세지자 수탁 업무를 꺼리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수탁계약서가 없으면 중소형 VC들은 펀드 결성이 불가능해 프로젝트가 좌절되면 결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연쇄적 악영향에 VC업계와 스타트업계는 정부에 시급히 대책 마련을 요구 나섰다.
중기부는 금융권과 벤처펀드의 수탁업무와 관련한 협의에 나섰지만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2020년 벤처투자촉진법을 개정해 투자조합(벤처펀드) 운영 주체를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와 증권사로 확대했다. 또 소규모 벤처펀드 결성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줘 벤처투자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려 했지만 금융권에 발목이 잡히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에 중기부는 벤처펀드 수탁 거부 논란의 대책으로 크게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는 방안은 수탁업무를 맡을 기관에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현재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은행과 증권사, 산업은행, 농협, 예탁결제원 등이 수탁업무를 담당하는데 이들을 감독하는 금융위원회의 협조도 원활하지 않는 실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근거한 수탁업무를 금융권이 담당하지만 벤처투자법 개선을 통해서 수탁업무를 담당할 기관으로 중진공이나 기보 등의 검증된 중기부 산하 금융공기업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8월에 열린 벤처투자 활성화 간담회에서 VC 대표들이 수탁기관이 벤처투자조합 수탁을 거부하거나 수탁을 하더라도 과도한 수수료와 감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불만을 쏟아내자, 이영 중기부 장관은 “중기부 산하기관 중에도 공신력을 갖고 있는 곳들이 있다”며 “보증기관을 수탁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 검토하겠다”고 회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벤처펀드의 수탁수수료를 최대 3배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모태펀드 자펀드들의 평균 수수료율인 0.03~0.05%를 준용하고 있는데 최대 0.1%까지 끌어올려 금융권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 중기부 주도로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와 수탁기관들 간 수탁수수료 인상 방안을 협의 중이다.
지난해 한 차례 개선했던 방안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개인투자조합에 대한 투자조합 재산 의무 위탁 기준을 다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종전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높였는데 설정액을 추가로 더 높이자는 것이다.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수탁 업무를 의무화하도록 목소리를 내는 등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벤처투자업계가 감당 가능한 수준까지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아니면 수탁의무 설정액을 완화하는 방법을 중기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