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모빌리티가 ‘콜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1년 만에 누명을 벗게 됐다. 외부 전문가들이 7개월간 배차 알고리즘을 조사한 결과, 택시 콜을 자사 가맹 택시에 몰아준다는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지난해 국정감사 전후부터 지속적으로 택시 업계·기사 등과 갈등을 빚어온 카카오모빌리티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외부 전문가 5인으로 이뤄진 모빌리티 투명성위원회는 5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고 “콜 몰아주기 논란에 기름을 부었던 가맹·일반 택시간 콜 수락률 차이는 배차 알고리즘에 따른 결과가 아니다”고 발표했다.
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가맹 택시의 경우 콜을 받을 때 승객의 목적지를 알 수 없고 배차 또한 자동으로 이뤄지는 반면, 일반 택시는 승객의 목적지를 확인할 수 있어 선호하지 않는 콜을 거부할 수 있다. 일반 기사들의 콜 선택이 자유로운 만큼 수락률도 그만큼 떨어졌다는 게 위원회의 해석이다. 일반 기사들의 콜 거부가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은 데이터에서도 확인됐다. 가맹 택시는 전체 콜 발송 건수의 1.3%만 할당받는 데 반해 전체 운행의 32.5%나 담당하고 있다. 반면 98.7%의 콜을 수신하는 일반 택시는 운행 완료 건을 기준으로 하면 콜 수행률이 67.5%로 줄어든다.
이날 발표는 지난 반년간 실시해 온 카카오 T 배차 알고리즘 소스코드 검증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위원회는 지난 1월 카카오모빌리티의 사회적 책임 강화 행보의 일환으로 ‘상생 자문 위원회’와 함께 발족했다. 이들은 소스코드 로직을 검증하는 것 외에도 코드가 실제 플랫폼 서버에서 운영되는 코드와 동일한 것인지 대조하는 방식 등 방법론을 동원했다.
위원회는 배차 매커니즘 작동 원리를 밝히며 택시 종류·운행 거리가 배차 콜 발송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거듭 설명했다. 실제 지난 4월 한 달 동안 17억 건의 배차 데이터를 살펴보면 일반 및 가맹 택시간 콜 발송 현황을 보면 단·중·장거리 콜 비율도 대동소이했다. 통상 운행거리가 길수록 기사들의 선호도가 높은데 일반 택시의 중·장거리 콜 수신 비율은 가맹택시보다 각각 1·2%포인트씩 낮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국정 감사를 전후로 각종 사회적 비난에 시달려 왔다. 택시 유료 호출 서비스 등 요금 인상안을 내놓고, 비가맹 택시 기사 콜 확인을 위한 우선 배차 패키지 유료 멤버십인 ‘프로멤버십’ 등을 출시하며 공공성을 저버렸다는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전화 콜 대리 운전 업체들을 인수하면서 골목 상권 침해 논란까지 덧입혀졌다. 여기에 가맹 택시 수를 늘리는 국면에서 이들에게 ‘콜을 몰아준다’는 의혹도 번지며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콜 몰아주기 외에도 여전히 해소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지만 외부 독립 전문가들이 내린 이번 판단으로 카카오모빌리티도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모습이다. 위원회는 기업과의 독립성을 위해 대한교통학회가 직접 추천한 5인으로 구성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위원회가 최종 보고서를 내기까지 상생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최근 불거진 택시 승차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앞으로 위원회는 수락률이 콜 수신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시간·지역별로 분석해,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김현 모빌리티 투명성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도 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택시 서비스의 개선 방향을 제안하기 위해 승객, 기사, 운수사업자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승객,기사,카카오모빌리티 3자가 윈윈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배차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별 회사로선 공개를 꺼려하는 알고리즘 소스코드, 한달 간 실적 데이터까지 공개하며 대응하는 모습은 일정 정도 진정성과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