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시·도 17곳 가운데 단 4곳을 제외하고는 분양가가 매매가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떨어지면서 지난해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양 시장도 냉기가 도는 모습이다. 다만 분양가상한제 등이 적용돼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일부 단지는 흥행에 성공하며 시장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다.
7일 서울경제가 의뢰해 부동산R114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 시·도 17곳 가운데 13곳은 올 8월 31일까지 평균 평(3.3㎡)당 분양가가 매매가(8월 말 기준)보다 오히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 들어 전국에서 가장 낮은 평균 청약 경쟁률(0.5 대 1)을 보인 대구는 평당 분양가가 1895만 원으로 1313만 원인 매매가보다 582만 원이나 높았다. 역시 낮은 경쟁률(1.5 대 1)을 기록한 울산의 평당 분양가는 1498만 원으로 매매가인 1072만 원보다 426만 원 비쌌다. 이외에도 △제주(-718만 원) △광주(-683만 원) △강원(-599만 원) △경북(-585만 원) 등에서도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더 낮았다.
평균 분양가가 집값보다 저렴한 곳은 서울·경기·세종·대전 4곳뿐이었다. 서울의 평당 분양가는 3256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지만 폭등한 집값(평당 매매가격 4320만 원)에 비해서는 1000만 원 이상 낮았다. 세종은 집값 하락세가 전국에서 가장 길지만 평당 분양가는 1181만 원으로 여전히 매매가 2086만 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낮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예전에는 청약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 입지가 가장 중요했지만 최근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금리 인상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며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한 것이 필수 요소가 됐다”며 “대구와 세종은 둘 다 전국에서 집값 하락 폭이 가장 크지만 세종은 여전히 분양가가 낮아 상당한 시세 차익이 기대되기 때문에 청약이 몰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세종은 올해 진행된 1순위 청약(해당 지역)에서는 기본 세 자릿수대 경쟁률, 무순위 청약은 네 자릿수대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달 지방에서만 3만 6000여 가구의 대규모 공급이 예정돼 있어 청약 ‘양극화’ 역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에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 47개 단지, 총 3만 6005가구(임대 제외)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공급량인 1만 2392가구의 3배 수준이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신규 물량 공급이 대거 예정됐고 분양가상한제 개편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한 만큼 비규제 지역, 혹은 가격 경쟁력 등을 내세운 단지 위주로 수요가 몰리는 옥석 가리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