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와 현대자동차그룹이 7500억 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을 강화한다. 지분교환으로 ‘혈맹’ 관계를 맺고 자율주행은 물론 도심형항공교통(UAM)까지 통신망과 모빌리티 간 긴밀한 연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7일 KT와 현대자동차그룹은 이사회를 열고 향후 협력에 대한 실행력과 연속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분 교환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KT와 현대차(005380)그룹은 KT 자사주 약 7500억 원(7.7%)을 현대차 4456억 원(1.04%), 현대모비스 3003억원(1.46%) 규모 자사주와 상호 교환 취득한다.
양사 관계자는 “상호 주주가 됨으로써 중장기적 사업 제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협업 실행력을 보완한다”며 “중장기 관점에서 지속적인 협업뿐만 아니라 핵심역량 교류가 요구되는 미래 신사업과 선행연구 활성화를 위해 ‘사업협력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T와 현대차그룹은 우선 미래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힘을 모은다. 자율주행 차량에 최적화한 6G 통신 규격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인공위성 기반 AAM(Advanced Air Mobility·미래 항공 모빌리티) 통신 인프라 마련에도 나선다. KT는 자체 통신위성과 연계해 AAM 운항에 필수적인 관제 및 통신망 등을 구축하고 현대차그룹은 기체 개발, 버티포트(수직이착륙장) 건설 등 역할을 맡는다. 또 전국 각지의 KT 유휴 공간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고 차량용 스트리밍 등 새 서비스 개발도 검토한다.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는 초저지연성을 지닌 5G·6G 망 활용이 필수다. 300~600m 상공을 날아 사람과 물자를 수송하는 UAM 분야에서는 통신망이 더욱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는 카메라·레이더로 주변 차량과 사물을 확인할 수 있지만 UAM은 지상 관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는 자동차·통신 업체 간 제휴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AT&T과 GM이, 일본에서는 NTT와 도요타가, 중국에서는 차이나텔레콤과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독일에서는 도이치텔레콤과 아우디가 손을 잡았다.
국내에서는 KT와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이미 자율주행차와 UAM 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맺어왔다. 양사는 지난해 8월 ‘한국자율주행산업협회’를 설립했다. KT와 현대자동차 외에도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한국자동차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단체다. 2020년 9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K-UAM 사업 참여를 위해 KT·현대차·인천공항공사·현대건설 등이 협약을 맺었다. 이 컨소시엄에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이 가세하기도 했다.
이번 KT와 현대자동차그룹 간 지분 교환으로 통신사 간 UAM 경쟁에서 KT·현대차·대한항공 컨소시엄이 앞서 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신·차량·항공 대표 기업이 모두 참여한 유일한 컨소시엄이기 때문이다. 현재 SK텔레콤은 한국공항공사·한화시스템·조비 에비에이션 등과 협력 중이고, LG유플러스는 카카오모빌리티·GS칼텍스·제주항공·파블로항공·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손 잡고 있다.
기업들이 합종연횡에 나서는 배경에는 자율주행·UAM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있다. KPMG는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2020년 71억 달러(약 9조8500억 원)에서 2035년 1조1204억 달러(약 1550조 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AM 시장 또한 개막과 동시에 빠른 성장이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74억 달러(약 10조 원)였던 세계 UAM 시장이 2040년 1조4740억 달러(약 2000조 원) 규모로 성장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