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유럽연합(EU) 간의 에너지 전쟁이 가열되고 있다. 러시아 가스프롬은 2일 서유럽으로 공급하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 파이프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크렘린궁 측은 5일 “공급 중단의 이유는 서방의 경제 제재”라며 제재 해제 때까지 가스관 폐쇄를 유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프랑스와 독일은 서로 가스와 전기를 나눠 쓰겠다고 합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통화한 뒤 “필요하면 프랑스는 독일에 가스를 보내고 독일은 전기를 프랑스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전쟁이 가열되자 유럽 가스 값이 이날 폭등했다. 네덜란드 에너지 선물 시장에서 10월 인도분 네덜란드 TTF 가스 가격이 장중 전 거래일보다 33%나 올랐다. 게다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도 다음 달부터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을 지금보다 10만 배럴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6월 이후 하락세를 보여온 국제 유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에너지 스트롱맨’들의 자국 이기주의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재연되고 있다.
유럽 가스 전쟁의 여파로 단기 시장의 에너지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도 있다. 올여름 이례적인 폭우와 초대형 태풍으로 미뤄볼 때 올겨울 이상 한파가 닥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중국 등의 석탄·가스 사재기가 글로벌 가수요를 증폭시킬 수도 있다. 차제에 우리 정부는 에너지 파동의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처하기 위해 비상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올겨울을 앞두고 가스·원유 조달에 한 치의 차질도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뿐 아니라 대통령실과 총리실도 나서 직접 챙겨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과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 캠페인 동참을 호소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