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교수가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KDI대런 애쓰모글루(사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이 직면한 과제는 정치 분열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여러 주체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인생 책’으로 꼽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다.
8일 애쓰모글루 교수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컨퍼런스’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사회에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구현되기 위한 방법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경제성장에서의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민주주의의 기본 요소인 사회 신뢰를 공고히 구축해 한국이 경제성장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하는 인구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굉장히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며 “매우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또 “로봇과 자동화, 디지털 기술, 세계 교역 시스템 등을 활용해 노동 집약 산업구조에서 성공적으로 벗어났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숙제로는 재편되는 세계 질서에 대한 적응과 불평등 완화를 제시했다. 그는 “미중 경쟁은 각종 음해와 (잠재적인) 리스크로 더 격화할 수 있다”며 “(미중 경쟁에 따른 세계 질서 재편은) 상당히 위험하고 오래갈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이는 한국이나 여러 신흥국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섬세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신기술로의 전환 과정에서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다양하게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 주도의 경제성장이 여전히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소수가 주도하는 경제에서 다수의 주체가 이끄는 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이라고 봤다. 그는 “(빠르게 변하는 경제 상황 등으로) 정부의 개입이 커져야 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며 “발전된 기술이 자본화보다는 공동의 번영에 이용되도록 하기 위한 국가 정책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기후위기는 세계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관련 보조금 지급 및 탄소세 논의 등 정부가 개입해야 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와 이상기후 등 우리가 당면한 위기는 모두 글로벌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평화를 흔들거나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가 있으면 강력한 제재 등을 할 수 있는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런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가 지금은 없는 상황”이라며 “국제 협력에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온 한국이 이런 국제기구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이날 행사의 기조연설자로 나서 △공동 번영을 위한 포용적 제도 구축의 중요성 △경제성장에서 민주주의의 역할 등에 대해 발표했다. 애쓰모글루 교수는 2005년 40세 미만 유망 경제학자에게 수여되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