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기업가 정신 옥죄는 규제


“학문은 실천을 통해 빛을 발합니다. 아는 게 다가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까지 옮겨지는 게 중요합니다. 남명 조식 선생의 사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른 선비 사상과 차이를 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경남 진주의 K-기업가정신센터와 산청 선비문화연구원에서 열린 ‘2022 과학기술 K-기업가정신 캠프’에서 최구식 선비문화연구원장이 말한 남명 조식 선생의 ‘실사구시’의 정신이다. 퇴계 이황과 함께 16세기 대표적인 선비로 꼽히는 남명 조식 선생은 단순히 말과 글을 탐구하는 수준을 넘어 현실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실질적인 행위까지를 진정한 학문으로 여겼다. 그 결과 남명의 제자 가운데 정인홍과 곽재우를 비롯한 50명 이상이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의병장으로 나라를 지키는 데 투신했다.



이 같은 남명 조식 선생의 실사구시 정신은 오늘날 기업 생태계에도 적용해볼 수 있다. 정치권의 많은 이들이 기업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겹겹이 쌓인 규제로 실상 기업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벽은 높기만 한 게 현실이다. 최근 아산나눔재단이 발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누적 투자액 기준 글로벌 100대 유니콘 중 56개는 국내에서 온전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나타났다. 5년이 지난 2022년 현재에도 여전히 55개 기업이 큰 변화가 없다고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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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중에서도 규제 관련 이슈로 많은 논란을 낳았던 승차 공유와 원격 의료, 공유 숙박업은 아직까지도 국내 사업 진행이 불가능한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다. 정부와 민간이 다양한 규제 혁신책을 추진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우리나라의 규제 현황은 글로벌 기업들이 온전히 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한국판 갈라파고스’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몇년 간 스타트업이 꽃을 피우며 다양한 혁신 창업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자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 창업자들을 만나 정부에 전달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으면 하나 같이 규제 타파에 대한 목소리를 내곤 한다. 지금까지 규제 혁신에 대한 많은 말, 말, 말이 존재해왔다. 실천을 강조하는 남명 사상이 국난 속 나라를 지켜낸 인재들을 키워냈듯 규제 혁신을 외치는 정치권의 말들이 국가 경제를 이끄는 혁신 창업가들을 배출해내는 진정한 발판이 될 수 있길 바란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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