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낯선 나라 ‘수리남’으로 건너가 마약왕이 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마약 카르텔에 나라가 좌지우지되는 중·남미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지만 이제는 옛말이 돼가는 분위기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외국인 마약류 범죄는 가파르게 증가했고, 그 양상도 다국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을 통한 마약거래가 활성화된 영향으로, 범죄 비중이 높은 국가별로 맞춤형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대검찰청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마약류 사범은 2012년 359명에서 2021년 2339명으로 6.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돼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됐음에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 대비 2021년 국내 외국인 마약류사범수가 약 1.5배 늘었다.
외국인 마약류사범의 범죄 유형 중 밀수사범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21명에 불과했지만, 2016년 176명으로 8.4배 증가해 연간 기준 처음으로 밀매사범(125명)을 앞질렀고, 2021년은 480명으로 10년 만에 약 22.9배 증가했다.
김낭희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밀수사범 비율의 증가는 더 많은 투약사범, 밀매사범을 양산하며 마약류범죄 확산을 주도할 것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유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투약사범 역시 지난해(1046명) 처음으로 1000명대를 기록했다. 2012년(222명) 대비 5배 가까이 폭증했다.
외국인 마약류사범의 국적을 보면, 2012년 31개 국가에서 2021년 71개 국가로 다양해졌다. 2020년 외국인 마약류사범의 국적은 45개 국가였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근 1년 사이 오히려 1.6배가 늘어났다.
외국인 마약류사범의 국적은 2021년 기준 태국(888명), 중국(504명), 베트남(310명), 우즈베키스탄(128명), 미국(114명), 러시아(104명)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베트남의 경우 최근 2년(2019년 61명)간 5배 넘게 늘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태국 국적의 마약류사범은 2019년부터 중국을 넘어 가장 많은 수를 유지하고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영어권 국가 출신 강사의 국내유입이 증가하면서 미국 마약류사범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증가하면서 해당 국적 외국인들의 마약류범죄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태국인과 베트남인은 국제우편 등으로 ‘야바(향정신성의약품)’를 밀수입해 자신들이 근로하는 산업단지나 농장,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매매하거나 함께 투약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단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울 뿐만 아니라 마약판매수익을 노리고 밀반입에 관여해 단속되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은 최근 대마사용을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면서 대마를 쉽게 구입하고 밀반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등의 출입국정책과 자유로운 해외여행으로 외국인 마약류범죄계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마약류범죄계수는 인구 10만 명당 검거된 마약류범죄자수를 의미하며, 통상 20을 넘을 경우 마약류확산에 가속도가 붙어 사실상 마약류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외국인 마약류범죄계수는 2012년 22(한국 전체=18)에서 2021년 100(31)을 기록했다.
김 부연구위원은 “코로나의 영향은 인적이동에는 제약을 가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물적이동을 더욱 활성화시킴으로써 마약범죄의 다국화, 세계화를 가속화시킨 것으로 보여진다”며 “마약유통의 온라인 경로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특정 국가 공동체에서 마약 밀수, 밀매, 사용이 확산되지 않도록 그들 문화에 기반한 모니터링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