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도체 기업의 부담 완화를 위해 새로운 반도체 장비 도입을 허용하고 공장 내 안전규제도 완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압가스에 대한 안전혁신 과제’ 11건을 선정해 발표했다. 산업부는 지난 7월 5년 동안 최대 340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로 각종 지원 계획을 담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발표한 규제 혁신안 역시 앞선 반도체 전략 차원에서 반도체 업계와의 논의를 거쳐 수립한 것이다.
산업부는 우선 네덜란드 ASML이 생산하는 반도체 생산 핵심장비 극자외선(EUV)의 차세대 제품 국내 도입을 최대한 빨리 허용키로 했다. 현재 개발 완료 단계에 있는 차세대 EUV은 기존 스테인리스강의 내부식성·저항성을 보완한 신소재 슈퍼듀플렉스강을 사용했는데, 국내에는 현재 고압가스법상 사용규정이 없어 국내 도입이 어렵다. 산업부는 슈퍼튜플렉스강이 미국기계학회(ASME)에서도 인정받은 재료인 만큼 신속하게 자체 안정성 검증 후 법 개정 과정을 거쳐 우리 기업이 차세대 장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현행 안전 규정으로는 어려웠던 반도체 공장 증설도 더 쉽도록 한다. 반도체 공장은 바닥면이 얇은 경량화 복층 건물 구조여서 지주를 40㎝ 이상 깊이로 묻거나 2㎝ 이상 앵커볼트만 사용해야 하는 현행 고압가스 폭발 대비 방호벽 설치 규정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산업부는 구조기술사의 안전성 확인을 전제로 화학물질로 방호벽 사이의 지주를 고정하는 방식의 케미컬 앵커 사용을 허용하고, 방호벽 재질도 안전 수준이 동일하다는 전제로 강판재 등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반도체 공장 내 가스 용기 보관 기준을 바꿔 복층 증설을 더 쉽게 하기로 했다. 현재 저장용 실린더 캐비닛은 설치 장소 지붕을 가벼운 불연재료만 사용해야 해서 복층 건설이 어려웠으나 전문가 안전성 검토를 전제로 이 의무규정 면제 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이와 함께 안전 우려가 낮은 저압 수소 사용 반도체 생산장비를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사업자가 자율 검사하도록 하는 등 검사 대상 합리화도 추진키로 했다. 중장기적으론 고압가스 안전관리가 선이 기준을 완화하거나 반도체 등 제조업 생산시설에 대한 고압가스법 적용 자체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