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존스 액트







2007년 4월 4일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국회에 출석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핵심 쟁점이었던 ‘쌀 개방’이 최종 협상안에서 배제된 뒷얘기를 전했다. “미국 측에서 쌀 개방을 요구하길래 우리는 미국 측의 ‘존스 액트’를 철폐하라고 공격해 쌀 개방 요구를 잠재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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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에 제정된 존스 액트(Jones Act)는 미국 내 운항 선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75% 이상)하고 미국인이 선원(75% 이상)인 선박으로만 가능하도록 강제한 법이다. 법 제정의 첫 번째 취지는 전시에 동원하기 위해 믿을 수 있는 상선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해운 관련 일자리 보호는 그다음이었다. 존스 액트에 의거한 타국 선박 차별은 호혜 평등을 표방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난다. 이에 따라 WTO 일반이사회에서 존스 액트에 대한 격론이 벌어졌지만 국가 안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WTO에서 예외를 인정받았다. 국가 안보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존스 액트는 되레 안보·고용 역량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에 따르면 존스 액트에 의해 인증된 선박은 1980년 257척에서 올해 93척으로 급감했다. 경쟁 시스템 부재로 선박 가격이 오르고 연안 해운 대신 철도나 트럭을 사용하는 비율이 늘어난 탓이다. 관련 일자리도 9만 500여 개로 크게 줄었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 존스 액트의 사례를 빗대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을 비판하는 칼럼을 실었다. ‘전기차 생산이 미국에서 이뤄져도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고용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도 9일 칼럼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조업 부활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고 동맹 배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우리는 한국산 전기차의 인플레이션감축법 쇼크가 ‘자국 이익 우선’의 결과였음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다. 한미 동맹을 훼손하는 조치는 필연코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한미 협의 채널을 통해 가치 동맹 차원에서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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