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당국 늑장에 기약없는 소수점거래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가 이달에도 시행되지 못할 예정이다. 원래라면 한국예탁결제원이 전산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는 9월 말부터 서비스가 본격 개시돼야 하지만 정부의 ‘늑장 대응’이 뜻밖의 암초로 떠오르면서 관련 상품 출시가 기약 없이 늦춰진 탓이다.



지난해 하반기 제도 개선과 거래 허용 방안이 마련되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정부는 정작 가장 중요한 사안인 세법 해석에서 해결을 보지 못한 채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유권해석의 쟁점은 쪼개진 소수 주식을 세법상 주식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집합투자기구의 수익으로 봐야 하는지다. 현재 주식은 특정 종목을 1주 이상 보유한 주주에 대해 0.23%의 증권거래세를 부과하는데 내년부터는 세율이 0.2%로 낮아질 예정이다. 그러나 수익증권에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렇기 때문에 세법 해석에 관련 상품들의 상품성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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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애초에 제도 개선 시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고려돼야 할 세법 해석이 왜 제도 시행 예정일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기까지 이뤄지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신탁 방식이 상법상 주식 불가분의 원칙과 충돌한다는 점은 지난해부터 이슈가 돼왔다. 그런데 정부는 올 7월 금융투자협회가 국세청에 문의를 하고 나서야 ‘쟁점이 생각보다 복잡해 검토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복잡한 쟁점임을 알았음에도 제도 시행을 코앞에 두고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금융투자 업계는 기약도 없이 발을 동동 구르게 생겼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한 혁신 사업 금융 인가를 받은 20여 곳의 증권사들은 일정에 맞춰 발 빠르게 나선 결과 이미 대부분이 시스템을 준비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가 법 해석을 내놓지 않는 이상 상품 출시는 불가능하다.

유권해석이 난항을 겪으면서 서비스 자체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결론이 나더라도 수익성 측면에서 이점이 크지 않을 경우 안 그래도 시스템 보완에 추가적인 수고를 들여야 할 증권사들이 상품 출시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정작 가장 우선 돼야 했던 유권해석이 늦어지면서 막대한 비용이 든 시스템들이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처한 셈이다. 번번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에 업계 종사자들은 물론 투자자들의 불신은 쌓여만 간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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