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수업 중 잠 깨웠다고 아동학대 신고…교사들 "참는게 유일한 방법" [무너진 교권 다시 세우자]

<상>교실 붕괴에도 교사 속수무책

교권 침해 연 2000건 이상 발생

폭력성 짙어지고 저연령화 뚜렷

외동 늘고 학생 인권강화 주요원인

특별법 마련 등 종합대책 내놨지만

실효성 적고 교사들 갈등 회피 급급

한 학교의 교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한 학교의 교실이 텅 비어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A 교사는 수업 중 자고 있는 학생을 깨우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일어나지 않는 학생을 재차 깨우자 학생이 화를 내며 학생부에 신고했고 사건이 구청까지 넘어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당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해당 교사는 수업 시간에 자는 학생을 깨웠다는 이유로 장기간 경찰·검찰 조사를 받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



최근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수업 중 교단 위에 드러누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퍼지면서 ‘교권 침해’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계는 저출산에 따른 한 자녀 가정의 증가, 학생 인권 강화 등 사회적 변화를 교권 침해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2000년대 이후 교권 추락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교육 당국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일선 현장은 실효성 없는 대책에 무력감만 팽배한 상황이다.



◇교권 침해 매년 2000건 이상…상해·폭행 10.5%=교육부에 따르면 교권 침해는 매년 2000건 이상 발생하고 있다. 2017년 2566건, 2018년 2454건, 2019년 2662건 등 2500건 내외를 기록하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정상 수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1197건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2269건으로 다시 급증했다. 교원들의 시도교육청 교원치유지원센터 심리 상담과 법률 지원이 2017년 3498건, 1066건에서 지난해 1만 3621건, 3119건까지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할 때 실제 교권 침해 사건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권 침해 사건에서 모욕·명예훼손이 매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문제는 교권 침해의 폭력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교권 침해 1만 1148건 가운데 교사 상해·폭행은 888건이다. 2017년 전체 교권 침해의 4.5%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0.5%까지 증가했다.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9.1%), 성폭력 범죄(2.9%) 등 성희롱·성폭력도 전체의 10분의 1에 달한다. 특히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사건 중 절반은 중학교에서 발생한 것으로 저연령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 최근 울산의 한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50대 담임교사를 폭행하고 수원시에서도 한 초등학생이 여자 담임교사를 흉기로 위협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한 자녀 가정 증가·학생 인권 강화 등이 원인=교권 침해 증가 현상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학생들이 교사를 포함한 어른에 대한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학부모들 역시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나 존중이 약화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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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1990년대까지만 해도 ‘군사부일체’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등의 말이 쓰일 정도로 교사의 권위가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교권 추락에 대한 충격이 더 크다.

교권 침해가 급증한 데는 저출산에 따른 한 자녀 가정 증가 등 사회적 변화로 자녀 과잉보호 경향이 강해진 점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본부장은 “나홀로 자녀들이 늘어나며 학부모의 목소리가 커지고 자기중심적인 학생들이 늘었다”며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면서 과거에 비해 유대 관계가 무너진 점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 인권 강화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진보교육감들이 도입한 학생인권조례가 대표적이다. 올 1월 발표된 한국교육개발원 ‘국민 교육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교권 침해의 이유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36.2%)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인권은 강화됐으나 정작 학생들의 책임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왕건환 교사노동조합연맹 교권보호팀장은 “사회적으로 인권이 강화되면서 학교 역시 징계나 벌에 대한 통제가 심해졌다”며 “학생인권조례 도입 후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됐다”고 지적했다.

◇실효성 없는 대책에 교사들은 속수무책=2000년대 들어 교권 추락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교육 당국도 2012년 ‘교권 보호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2019년에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통해 폭행·성폭력 등 교육 활동 침해 행위가 발생한 경우 교육청이 수사기관에 학생이나 학부모를 고발할 수 있도록 했다.

잇단 대책에도 교사들은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애초부터 학부모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교사가 참는 경우가 많은 데다 교권 침해로 인정돼 처분이 이뤄지더라도 학생은 출석정지나 교내봉사·특별교육이수, 학부모는 사과나 재발방지 서약 등의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3년간 시도교육청이 ‘교원지위법’ 위반 혐의로 학생 또는 학부모를 고발한 경우는 14건에 불과했다.

김 교권본부장은 “학교장에게 교권·교사 보호 의무가 집중돼 있지만 행·재정적, 사법권 권한이 거의 없다”며 “오히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받는 경우도 늘고 있지만 법적 장치나 지원제도는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교권 사건과 비교권 사건의 경계선이 점차 애매해지고 같은 사안에 대해 학생은 학생인권조례, 교사는 교권 조례, 학부모는 학부모 권리를 내세울 때 이를 조정·중재·처리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교권 침해가 늘면서 학생 인권이 많이 강조된 반면 교권은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며 “다각적인 측면에서 방안을 만들기 위해 의견 수렴과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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