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현지시간)은 중미 엘살바도르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국가 경제는 1년 전의 기대와 달리 여전히 어려움 속에 있다.
아메리카에코노미아 등 중남미 경제 매체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엘살바도르는 암호화폐 가치 하락 속에 경제 성장률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7일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할 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4만 7,000 달러(6,500만원 상당·현재 환율 기준) 수준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비트코인은 약 1만 9,230달러(2,600만원 상당)에 거래되고 있다. 작년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 속에 엘살바도르의 거시 경제 지표도 부진하고 있다.
유엔 중남미경제위원회에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엘살바도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3.8%에서 4월 3.0%로 하향 조정됐다. 지난달 23일에는 2.5%로 재조정됐다.
이는 파나마(7%), 과테말라(4%), 온두라스(3.8%), 코스타리카(3.3%), 니카라과(3%) 등 역내 중미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엘살바도르 중앙은행(2.6%), 세계은행(2.7%), 국제통화기금(IMF·3%) 등 주요 기관이 분석한 경제 성장률 예상치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비트코인 가격 급락세에도 '야수의 심장'을 가진 듯 추가 매수를 부추기고 있다. 부켈레 대통령은 오히려 "싸게 팔아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살 때마다 트위터로 그 사실을 알렸는데, 1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비트코인을 매수하는 동안 국가 경제 손실액은 크게 불어났다.
엘살바도르 비트코인 투자 손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사설 웹사이트 나이브트래커에 따르면 이날 엘살바도르는 총 투자액의 57%를 손해 봤다. 손실액은 6,136만 달러(850억원)에 육박한다.
부켈레 대통령이 야심차게 공약했던 ‘세계 최초의 암호화폐 도시 건설’ 사업 추진도 지지부진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초에 설정한 사업계획지에는 여전히 수풀만 우거진 상태다.
앞서 IMF는 "비트코인은 재정 안정성, 재정 건전성, 소비자 보호, 재정 우발채무 등에서 큰 리스크가 있다"라며 엘살바도르에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비트코인이 투기자산이고 변동성이 큰 금융자산이라는 생각에 엘살바도르 국민들 사이에서도 지불 수단으로서 사용률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여론조사기관 CID 갤럽과 함께 엘살바도르 성인 1,800명을 대상으로 한 대면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20%만이 비트코인 지갑 ‘치보(chivo)’을 쓰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엘살바도르 중앙은행은 지난 2월 기준 국내 전체 거래액의 1.6%만이 디지털 지갑을 통해 이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