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 예방접종사업으로 유병률이 크게 줄었지만, B형간염은 여전히 국내 간세포암(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심지어는 B형간염 완치 판정을 받고도 일부 환자는 간암발생 위험이 높아 안심할 수 없었던 실정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B형간염 완치 이후 간암 발생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관심을 모은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장정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양현 은평성모병원 교수팀이 B형간염 표면항원이 소실된 환자의 간암 발생 위험도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병원에서 면밀한 추적을 통해 B형간염 표면항원이 소실된 만성 B형간염 환자 1443명을 대상으로 장기 코호트 연구를 진행했다. B형간염 표면항원이 소실된 환자는 ‘B형간염 기능적 완치’로 판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양호한 예후를 보인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 간암이 발생하는데, 어떤 요인이 발생률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B형간염 표면항원 소실 당시의 나이 △간경변증 유무 △중등도를 초과하는 음주(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초과) △간세포암의 가족력이 B형간염 표면항원 소실 후 간암 발생의 위험인자임을 밝혔다. 이들 4가지 위험인자를 이용해 간세포암 발생 위험도 예측 모델을 개발했고, 시간-의존 ROC(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곡선으로 평가한 5년, 10년, 15년 예측도가 각각 0.799, 0.835, 0.817로 우수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ROC 곡선은 성능평가지표로 ROC곡선 영역이 0.8 이상인 경우 우수한 성능의 예측모델로 평가된다. 또한 예측의 정확성을 확인하는 내부검증(internal validation)에서도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B형 간염은 전체 간암 환자의 약 60~70%의 원인이 될 정도로 국내 간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우리나라는 전 인구의 약 2.5~3%가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유병률이 높다. 6개월 이상 B형간염 바이러스에 지속 감염된 만성 감염자의 20% 정도는 간경변으로 진행되는데, 간경변에 걸린 환자 중 매년 약 2~7%는 간암이 발생한다. 또한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정상인에 비해 간암 발생 위험도가 약 1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양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B형간염 완치 후에도 간암 발생이 일어날 수 있으며 어떤 환자들을 더 중점적으로 면밀히 추적 관찰해야 하는 지 밝혀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B형간염 완치 후에도 간경변증이 이미 있거나 간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음주량이 많거나 고령인 경우에는 반드시 간암 감시검사를 놓치지 않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장정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B형 간염 완치 후에 간암 위험도에 대한 세계 최초의 예측모델을 개발했다"며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는 환자의 건강정보를 이용해 개발된 모델이 향후 B형간염에서 완치된 환자들의 적정 임상 관리방법에 대한 가이드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간장학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지 ‘간장학 저널(Journal of Hepatology)’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