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다양한 소재·독창적 연출의 'K콘텐츠'…OTT타고 세계인 홀렸다

■ K콘텐츠 글로벌 성공 요인

까다로운 국내 시청자 안목 맞춰

완성도 높았던 韓 영화·드라마

글로벌 플랫폼 타고 세계에 전파

신작 공개때마다 OTT순위 상위

디즈니·파라마운트 등 투자 확대





“영국 기자가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한국 대중 예술이 갑자기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언제나 좋은 영화와 좋은 드라마가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세계가 지금 우리에게 주목할 뿐’이라고 해줬습니다.” (배우 윤여정·2021년 청룡영화제)



드라마나 영화 등 ‘K콘텐츠’가 이를 세계에 유통하는 플랫폼의 날개를 달고 글로벌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한국 작품들은 이미 국내 시청자들의 높아진 안목에 부응하기 위해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왔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콘텐츠를 고민하던 눈 밝은 플랫폼들이 그 잠재력을 간파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서비스망을 타고 세계 각국에 날아든 한국 작품들이 결국 신드롬을 일으켰고 이에 고무된 글로벌 미디어 사업자들이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명실상부한 선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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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 따르면 콘텐츠 최초 공개 후 28일간 집계한 전 세계 시청 시간 1위는 무려 16억 5045만 시간의 ‘오징어 게임’으로 절대 깨지지 않는 기록을 갖고 있다. ‘브리저튼’ 시즌1(6억 2549만 시간), ‘종이의 집’ 파트4(6억 1901만 시간) 등 다른 히트작과 비교해도 10억 시간이 넘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이뿐만 아니라 OTT 순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의 통계를 보면 올해 넷플릭스의 TV시리즈 부문 인기 순위 상위 20위에 ‘지금 우리 학교는(5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10위)’ ‘사내맞선(12위)’이 올라가 있다. 이들을 제외하면 ‘기묘한 이야기’ ‘브리저튼’ 등 다른 작품들은 모두 영어로 제작됐다. 세계시장에서 언어 문제를 극복한 작품은 K콘텐츠뿐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한국 작품의 인기는 높은 완성도가 튼튼한 기초를 깔고 있다. 리베카 캠벨 디즈니인터내셔널콘텐츠·오퍼레이션 회장은 최근 ‘D23 엑스포’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 세계의 모든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된다”며 “한국 콘텐츠는 로컬은 물론 글로벌 콘텐츠의 관점에서 모두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유건식 KBS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한국인들이 영상 콘텐츠를 상당히 좋아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콘텐츠를 보는 눈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이를 따라가는 과정에서 한국의 제작 역량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미 경쟁력이 있었던 K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은 글로벌 OTT였다. 실제로 12년간 투자를 못 받아 제작하지 못하던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아니었으면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제작에 2140만 달러(약 253억 원)가량을 투자했다고 보도한 바 있으며 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작비의 10% 수준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완성도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글로벌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메리트로 다가왔다. ‘D.P’의 제작사인 클라이맥스스튜디오의 변승민 대표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OTT는 구독자 유지가 목표라서 다양한 작품이 필요한데 그 시스템 덕분에 제작사로서도 큰 자율성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K콘텐츠의 경쟁력이 확실히 입증되자 글로벌 사업자들은 앞다퉈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월트디즈니는 ‘디즈니+’ 아태지역 투자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 집중한다고 밝힌 상태다. 제작비 500억 원 규모의 드라마 ‘무빙’ 등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OTT ‘파라마운트+’는 티빙에서 제작 중인 이준익 감독의 ‘욘더’에 공동 투자했다. 지난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 원을 투자했던 넷플릭스도 올해 ‘수리남’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등을 선보이는 등 총 25편을 내놓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콘텐츠는 세계적으로 먹힐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어 OTT들이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며 “글로벌 수준에 맞게 어느 정도 퀄리티가 있으면서도 지역색을 담고 있어 차별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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