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역사속 오늘]엘리자베스와 강희제의 서거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






9월 8일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향년 96세로 서거했다. 1926년 태어난 여왕은 1952년 아버지 조지 6세의 서거 이후 25세의 나이로 왕위에 올랐으며 올해는 즉위한 지 70주년이 되는 ‘플래티넘 주빌리’ 해였다. 왕위는 장남 찰스 왕세자에게 넘어갔다. 1958년 왕세자가 된 지 64년 만이며 영국 역사상 가장 늦은 나이인 74세에 군주가 됐다. 그리고 새로운 왕위 계승 서열 1위 자리는 찰스의 장남 윌리엄 왕자에게로 계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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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중국의 역대 황제 가운데 가장 오래 권좌에 앉았던 황제가 떠올랐다. 바로 청나라의 네 번째 황제인 강희제로 총 61년을 다스렸다. 강희제는 1654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아직 청나라의 정권이 안정되지 않던 1662년 순치제를 이어 겨우 여덟 살의 나이에 황제에 오른 뒤 61년을 치리하다 1722년 서거했다. 강희제는 61년 동안 아들 36명과 딸 20명을 두었다. 비록 성인까지 살아남은 자녀는 아들 20명, 딸 8명이지만 여전히 많은 수다. 그는 둘째 아들 윤잉이 두 살 때 황태자로 정하고 매우 총애했다. 하지만 20대까지는 황제를 잘 따르고 열심히 일하던 황태자가 30대를 넘어서면서 직무에 태만해지기 시작했고 주색잡기에 빠지기 시작했다. 형제들의 암투도 극심해졌다. 결국 강희제는 황태자를 폐위시키고 죽을 때까지 감금시켰다. 그리고는 다음 황태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가 서거 직전에 넷째 아들 윤진을 황태자로 지명했으니 그가 옹정제다.

오랜 기다림 끝에 황제가 될 때 옹정제의 나이는 마흔다섯 살이었다. 제위에 오르자 더 이상 황태자를 공개적으로 선택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생전에 여러 형제간의 극심한 암투를 경험했던 탓이다. 옹정제를 강의할 때마다 늘 여왕의 장수로 인해 왕위에 오르지 못했던 찰스 왕세자를 언급했었다. 64년이나 기다리다 왕이 된 찰스는 어떤 기분일까. 즉위와 동시에 다음 왕위 승계 절차를 정한 찰스 왕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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