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한화손보, 年 6.5% 영구채 미매각…보험사 자본확충 '삐걱' [마켓브리핑]

850억 원 모집에 10억 원 주문 그쳐

20일 1000억 원 수요예측 앞둔 ABL '비상'





한화손해보험이 전날 85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0억 원의 주문을 받는데 그쳤습니다. 최대 연 6.5% 금리를 제시했는데도 투자 수요가 크게 모이지 못했지요. 시장에서 팔리지 않은 840억 원 어치 채권은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절반씩 인수하게 됩니다.



한화손보가 이번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회계 처리 상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자본성 채무 증권 중 하나입니다. 부채의 성격이 크고 상대적으로 지급해야 할 금리도 일반 회사채보다 높아 비용 부담이 적지 않지만 발행액을 모두 자본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어 재무구조를 일시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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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손보가 자본을 확충하는 것은 지급여력(RBC)비율을 높이기 위해서인데요. 한화손보의 RBC비율은 지난해 말 176.9%에서 올해 상반기 135.9%까지 떨어져 금융감독원 권고치인 150%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한화손보는 RBC비율을 141.6%까지 끌어올릴 전망입니다.

고금리에도 한화손보 영구채가 대거 팔리지 않은 것은 올해 보험사들의 자본성 증권이 시장에 쏟아진 영향이 컸습니다. 이달 기준 보험사들이 발행한 영구채는 1조3000억 원이 훌쩍 넘는데요. 메리츠화재(1800억 원), 코리안리(2300억 원), 흥국화재(1200억 원), 흥국생명(400억 원), KB생명(500억 원) 등에 이어 이달 2일 롯데손해보험도 1400억 원을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조달했습니다. ABL생명도 오는 20일 1000억 원 이상의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준비 중입니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하지 않는 'A'등급이라는 점도 부담입니다. 보험사들은 금리를 높여 고금리 투자처를 찾는 개인들을 겨냥해왔지만 이조차 녹록지 않은 모습이네요. 아직 기준금리가 오르는 구간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영구채지만 5년 풋옵션 조항이 붙은 만큼 사실상 5년 만기 회사채라고 볼 수 있는데 지금 같은 금리 상승기에 투자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죠.

한편 내년부터는 보험사들이 이처럼 영구채를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는 꼼수도 통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 도입되는 K-ICS 제도 하에서는 이자율 상향(스텝업) 조항이 붙은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화손보 영구채가 대규모 미매각을 내면서 연말까지 추가 자본 확충을 준비하던 보험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게 됐습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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