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책꽂이]별점·좋아요로 평가받는 정보자본주의 민낯

■사물의 소멸

한병철 지음, 김영사 펴냄





“정보는 우리의 삶을 망가뜨릴 위험성을 다분히 품은 요물이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신작 ‘사물의 소멸’은 디지털 정보화 세상에서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비판적이고 철학적인 성찰을 담았다. 저자는 사람들이 정보라고 부르는 ‘반(反)사물’들이 사물을 몰아내고 있는 현실을 분석해 온 미디어 이론가 빌렘 플루서의 작업을 이어받아 정보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의 이면을 그려낸다. 그는 정보와 소통에 대한 열광이 낳는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하면서 정보의 소음 속에서 잃어버린 고요를 되찾을 것을 요청한다.

관련기사



“오늘날 우리는 정보를 쫓아 질주하지만 앎에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 우리는 엄청난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정보는 존속과 지속이 없는 삶꼴을 발전시킨다.”

이처럼 저자는 정보가 우리 삶을 지배하면서 실재와의 사물적 접촉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사람들은 소통 자체에 도취됐을 뿐 실제로는 사물의 물질적 울림, 공간의 고유한 미학, 시간의 서사적인 향기 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실재는 고유한 실존마저 박탈당한다.

저자는 “산업자본주의와 달리 정보자본주의는 비물질적인 것마저도 상품으로 만든다”며 “사람 자체가 상품의 형태를 띠게 된다. 모든 인간관계가 상업화한다”며 꼬집는다. 예를 들어 쇼셜미디어는 소통을 깡그리 착취하고 에어비앤비와 같은 플랫폼을 손님에 대한 환대를 상업화하고 있다. 인간적인 호감은 별점 평가나 ‘좋아요’로 대체되고 친구는 먼저 개수를 세어야 할 대상으로 전락했다. 그에게 스마트폰은 ‘움직이는 강제노동수용소’이거나 ‘디지털 고해소’이며, 사물인터넷은 ‘사물들의 감옥’일 뿐이다.

책에는 에리히 프롬, 롤랑 바르트, 발터 벤야민, 헤겔, 니체 등 숱한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저자의 특유의 짧고 힘 있는 문장에다 인간적이고 평범한 것들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어 한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하다. 옮긴이 전대호는 “한병철은 디지털화 혹은 정보화의 대척점에 놓인 사물, 몸, 기억, 저항, 다름, 멈춤, 결속 등을 찬미한다”며 “이 책은 반사물 곧 정보에 대한 분석과 비판에 초점을 맞춘 이론서라기보다 반사물에 밀려 소멸해가는 사물에 대한 애틋한 찬가에 가깝다”고 말한다. 1만5800원.


최형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