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선제 핵 타격을 법제화하면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해온 ‘핵우산’의 실효성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가 확장 억제 정책을 전반적으로 손질해 실행력 제고에 나섰다.
18일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의 확장 억제 정책에 한국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양국 간 협의가 개시돼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해당 협의는 확장 억제와 관련해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위기 협의, 연합연습, 전략자산 전개를 비롯해 총 6개 범주로 나뉘어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장 억제 정책의 기획부터 운영에 이르는 주요 분야 전반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운영하는 핵기획그룹(NPG)을 벤치마킹한 아이디어로 풀이된다. NPG는 미국과 유럽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들이 핵무기 정책 구상, 배치, 운용 등을 협의하는 기구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정례화에 대한 협의도 한미 간에 진행되고 있다. 이는 양국의 국방 예산, 훈련 일정 조정 등이 선행돼야 하는 사항이어서 최종 합의가 이뤄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치 정례화와 별도로 한미는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도발 시 그에 상응하는 규모와 강도로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방안도 시나리오별로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국방·외교 당국의 차관급 인사들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4년 8개월 만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확장 억제 이행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등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무려 4시간 30여 분의 마라톤 협의를 진행했다. 한미는 고위급 EDSCG의 정례화(매년 개최), 북핵 공격에 대한 압도적·결정적 대응 등의 원칙에 합의한 뒤 공동성명으로 발표했다.
이번 주 후반에는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CVN-76)가 부산에 입항해 동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한다. 항모가 한국작전구역(KTO)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 훈련을 벌이는 것은 약 5년 만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와 함께 15일 한미 해병대가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연합 전술 항공 통제 훈련을 실시하는 사진을 이튿날 공개하기도 했다. 훈련에 참가한 미군 병사들은 ‘제5항공함포연락중대(ANGLICO·앵글리코)’ 소속이다. 앵글리코는 한반도 유사시 개전 초에 투입돼 최전방에서 주요 전략 표적들을 찾아 우리 군의 정밀 타격을 지원하는 부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