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경제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공공 부문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는 긴축 정책을 통해 재정 건전성 확보에 진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설득력 있게 호소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 여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급하지 않은 곳에 혈세를 쓸 궁리로 논란을 일으키고 선심 정책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했다. 이는 지금보다 쌀을 비싼 값에 매입해 쌀값을 세금으로 떠받치겠다는 것이다. 쌀 재배 농가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의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쌀 매입·보관에 매년 조(兆) 단위의 예산이 투입될 수 있다.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법안 ‘날치기’를 비판할 뿐 대놓고 반대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과잉 생산된 쌀 30만 톤을 즉각 시장에서 격리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 데다 농민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철회 지시로 일단락됐지만 용산 대통령실 영빈관 건립 추진 논란도 정부의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경제난으로 국민들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서 878억 원이라는 큰돈을 들여 영빈관을 서둘러 건설하려고 한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 정부는 또 지난달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 ‘병사 월급 200만 원’ 등 선심성 공약 지출을 대거 포함시켰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쌀 의무 매입, 병사 월급 인상 등은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고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경제 위기를 더 심화시킬 것이다. 길어지는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가기 위해 윤석열 정부부터 포퓰리즘·불요불급 예산을 구조 조정해 모범을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