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고차 1위 플랫폼 '헤이딜러(운영사 피알앤디컴퍼니)'의 몸값이 벤처투자 시장에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헤이딜러의 최근 누적 중고차 거래액이 5조 원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0조 원 달성도 기대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유망 투자처를 선점하려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19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헤이딜러의 주요 주주들이 진행 중인 약 150억 원~200억 원 규모 구주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가 약 55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회사의 몇몇 경영진과 재무적투자자(FI)인 가우스캐피탈매니지먼트 등이 보유 지분의 일부를 매각하는 것으로, 국내 자산운용사 및 벤처캐피탈(VC)들이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업가치 5500억 원은 고금리와 증시 침체로 벤처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나온 수치라는 점에서 헤이딜러가 가진 저력이 입증됐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기업가치를 깎고 있는 상황인데, 헤이딜러는 여러 투자자로부터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주 거래의 경우 직전 신주 발행가보다 할인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보다 더욱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 받은 것도 이례적이다. 헤이딜러는 올해 초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시리즈C 투자 과정에서 44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었다. 실제로 최근 블랭크코퍼레이션이 구주 거래 과정에서 직전 기업가치 약 3000억 원 대비 대폭 할인된 1000억 원을 기록했으며, 야놀자, 토스, 무신사 등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사)들도 구주 거래 시장에서는 신주 발행가에 크게 못 미치는 기업가치 평가를 받고 있다.
헤이딜러의 높은 기업가치의 원천에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고차 거래액과 매출액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매달 8만 대 이상 차량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고 있으며, 월 거래대수가 3만 대에 육박해 거래액으로 환산하면 약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헤이딜러는 올해 초 누적 거래액 5조 원을 달성했으며, 조만간 10조 원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약 400억 원 수준이었던 매출액도 올해 1000억 원 가까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5년 첫 선을 보인 헤이딜러는 국내 최대 비대면 방식의 내차팔기 서비스다. 고객들은 딜러들이 제시한 견적을 바탕으로 경매 데이터를 받아 최적의 가격에 차량을 판매할 수 있다. 또 딜러의 개입 없이 중고차 판매 전 과정을 헤이딜러가 직접 담당하는 '헤이딜러 제로' 서비스도 출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내차사기 서비스인 '쓰루(THRU)'를 출시, 중고차 판매 사업에 뛰어들면서 케이카(381970), 엔카닷컴, KB차차차와의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쓰루는 매매상사가 보유한 매물을 진단한 후 고품질 차량을 선별 판매하는 서비스다. 기존 내차팔기 서비스와 비교해 수수료율 책정 등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잘 성장한다면 회사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헤이딜러는 2014년 설립 이후 총 500억 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하며 성장해왔다. 첫 투자 유치 때 10억 원 수준이던 기업가치는 설립 7년 만에 500배 이상 성장했다. 헤이딜러는 2015년 액셀러레이터인 더벤처스로부터 첫 투자를 유치했으며, 이후 GS홈쇼핑을 비롯해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벤처투자(100790), SV인베스트먼트, 프리미어파트너스, 코오롱인베스트먼트 등이 투자자로 가세했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헤이딜러는 이제 국내 대형 중고차 업체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했다"며 "조만간 유니콘으로 등극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 같은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2~3년 후에는 조단위의 기업가치로 증시 상장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