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이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려면 온갖 서류가 필요합니다. 플립(본사의 해외 이전)도 세법 등 절차가 복잡하고요. 외국인 직원들이 한국에서 일하고자 해도 비자 발급, 휴대폰 개통부터 난관인데 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진출의) 고속도로를 뚫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동신 센드버드 창업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기업 최초의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용 채팅 플랫폼 ‘센드버드’ 김동신 창업자의 제언에 이영 중소기업벤처부(중기부) 장관은 “규제를 뚫고 허들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화답했다.
18일(현지 시간) 미 실리콘밸리의 KIC 실리콘밸리에서 이영 장관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현지 스타트업 창업자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센드버드를 비롯해 배달로봇 베어로보틱스, 기계번역 스타트업 엑스엘에이트, 자율주행 기술 기업 팬텀AI, 바이오테크 LVIS 등을 일군 기업인들은 한국에서 날아 온 두 장관에게 현지 창업의 애로사항을 토로하고 글로벌 진출의 노하우를 전했다.
이 자리에 모인 창업자들은 규제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제언했다. 강정석 에이젠글로벌 대표는 “성장 단계에서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스타트업은 은행 신고와 세금 납부 단계가 너무 복잡해서 좌절한다”며 “투명한 절차를 만들어주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결제 규제도 기업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1인 기업을 위한 툴을 제공하는 씨야의 박기상 창업자는 “한국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지만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법인 설립을 해야 하고 복잡한 부분도 많아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영 장관은 "관이 민간 기업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만큼 대표 창업 지원 체계인 팁스(TIPS), 유니콘 시리즈를 민간 주도로 돌리고 정부가 서포트하는 구조를 내년부터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실리콘밸리에 이미 진출한 기업에 대해서도 성공 경험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손재권 더밀크 창업자는 “실리콘밸리를 다들 이야기하지만 이곳에 한국인이 얼마나 창업을 했고 얼마나 많은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지,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있는지 등에는 후속 연구가 따르지 않는다”며 “전략적 사고를 통해 한국의 임팩트를 키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존 남 스트롱벤처스 공동 대표는 “한국인의 정의를 포괄적으로 넓힐 필요가 있다”며 “생활 여건상 시민권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거나 1.5세대, 2세대여도 한국에 기여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은 많은 만큼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근적외선 이미지 센서 개발업체인 스트라티오의 이재형 대표가"반도체의 모든 사업이 팹리스로 정의되는 수준이다. 팹리스의 반대말을 만들어주면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즉석에서 ‘팹센트릭(팹 중심)’는 어떠냐고 아이디어를 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김동욱 테슬라 개발팀장은 "10년 전에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모두 미국산 아니면 유럽산이었는데 3~4년 전부터 중국 업체들이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메모리 분야 외에는 존재감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종호 장관은 “과기정통부에서도 기업의 규모, 기술 개발 정도에 따라 맞춤식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구성해 적재적소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