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코로나도 버텼는데, 이젠 접습니다"…자영업자의 눈물

매출 회복 안되고 임대료 부담 속

물가·최저임금에 금리까지 오르자

더 이상 대출로 버티기 한계 달해

1000조 육박한 빚 경제뇌관 우려





“올해 임대료까지 올랐는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4회 연속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한계에 달했다.”(남대문시장 갈치구이집 A사장)



“영업제한 때보다 더 막막하고 해결 방법이 없어 장사를 접는 게 백 번 더 낫다는 생각을 자주하고 있다.”(청량리 전통시장 과일·건어물집 B사장)

종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40대 자영업자 C씨는 추석 명절이 끝난 후 사업을 접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다시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지만 좀처럼 매출이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창업 때 투입한 3억 원이 넘는 자금은 모두 대출로 감당했다. PC방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PC를 비롯해 에어컨, 냉장고 등 시설비를 한푼도 못 건지고 대출금에 이자까지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아야 할 지경이다. C씨는 “정부가 지급한 코로나19 손실보전금은 턱 없이 부족하다”며 “매출은 줄고 임대료는 오르고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부담이 너무 커져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5회 연속으로 올릴 것이라는 예고가 나오면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거리두기·식재료값 급등·최저임금 인상 등 ‘코로나 삼중고’에 금리 추가 인상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매출 감소에 창업 초기 빚 낸 대출에 대한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가 점점 불어나는데 폐업을 해도 재취업이 쉽지 않아 시간이 지날수록 상환 여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자영업자 대출금에 대해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를 다시 고려하고 있다지만 잘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부실은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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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 원으로 1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40.3%(276조원)나 급증했다. 불과 2년 사이 자영업자 빚이 폭발적으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8월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의 경우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잔액은 261조8959억 원을 기록했다. 8개월여 전인 1월 초 253조321억 원과 비교하면 매달 1조원씩 불어난 셈이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대출 규모는 3억5000만 원으로 비자영업자 평균(9000만 원) 보다 4배나 많다. 특히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는 6말 기준 40만명 수준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수는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로 돌려막기로 위기를 넘기고 있는 상황”이이라며 “대출의 규모뿐만 아니라 질도 나뻐지는 것으로 자영업자들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의미인데 경제위기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출금리 인상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은 7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이어 8월에도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4월과 5월을 포함해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여기에 미국의 빠른 통화 긴축 움직임에 한은이 연내 두 차례 남은 10월과 11월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출금 만기연장과 상환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9월말부터 자영업자의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올 1분기 기준 만기연장 잔액은 116조원, 원금 상환유예 잔액은 11조7000억원 △이자 상환유예 잔액은 5조원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70조~80조원을 잠재적 취약차주로 본다.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 없어 상환유예를 받은 자영업자가 금융지원 종료 충격이 클 것으로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정책 방향을 유동성이 아닌 채무이행 지원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소상공인단체 관계자는 “빚더미에 앉은 자영업자에게 빚을 내게 하기보단 채무 재조정을 해주거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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