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현대백화점, 알짜 자회사 분할 추진에 '주춤'

현대백화점 인적 분할 통해

주주가치 끌어올린다지만

일각 "명분 부족" 부정평가

주가 4% 떨어져 2년래 최저





현대백화점(069960)의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주주들의 원성이 거세지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알파이자 오메가’로 평가받는 한무쇼핑의 분할이 배경이다. 회사 측은 인적 분할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례적으로 ‘명분이 부족하다’ ‘시장 의구심 해소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현대백화점 주가는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무쇼핑 뭐길래…증권사들 “아쉽다”=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계열사 중에서도 탁월한 경영 능력을 자랑하는 곳으로 꼽힌다. 현대백화점은 전국에 16개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매출 성장률 상위권을 기록하는 3곳(판교점·무역점·본점) 중 하나인 무역점을 한무쇼핑이 맡고 있다. 또 한무쇼핑이 경영하는 충정점(성장률 15%)과 킨텍스점(14%)도 백화점 사업이 정체기를 걷는 와중에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아웃렛 부문에서는 한무쇼핑이 더 돋보인다. 매출 1위인 김포점과 매출 성장률 1위인 남양주(468%) 역시 한무쇼핑이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한무쇼핑 지분 46.34%를 보유하고 있다.

한무쇼핑의 재무 상황은 더 양호하다. 지난해 이익잉여금만 1조 5977억 원을 보유 중이다. 영업 현금 흐름이 2100억 원에 달해 본체인 현대백화점(2547억 원)에 맞먹는다. 이번 분할 결정에 대해 증권가가 이례적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이유인 셈이다.



실제 현대백화점 분할 및 지주사 전환에 대해 보고서를 낸 7개의 증권사 중 4곳이 이번 결정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설립에 대한 명확한 명분이 부족하다”고 적었고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의 실효성은 중장기적으로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아쉬운 인적 분할 결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 역시 “지주사 전환이 최선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인적 분할은 물적 분할과 달리 기존 주주들이 신설 회사의 주식도 1주씩 더 받는다. 기존 현대백화점 주식에 더해 신설 홀딩스 주식도 갖게 된다. 하지만 알짜 사업이 빠진 현대백화점의 주가가 유지될지 미지수라는 점이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지적된다. 인적 분할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대주주의 자사주 마법을 통해 지배주주들이 현무쇼핑에 대해 훨씬 유리한 상황을 이용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현대백화점이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공개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 불확실한 점도 이유다. 대부분의 내용은 이사회 중심의 경영 강화나 기업 정보 공개 강화, 친환경 및 사회 공헌 활동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주총 4주 전 공고, 전자투표제 시행 등 이미 기존의 상장사들이 상식적으로 진행하는 내용들이다. 배당 성향 확대와 같은 내용은 애널리스트 대상의 콘퍼런스콜에서만 일부 공개됐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얼마로 배당 성향을 늘릴지는 밝히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0.8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라며 “애널리스트들이 이 정도로 혹평하는 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반영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바닥 안 보이는 현대백화점 주가=지주사 전환 공시 이후 첫 거래일인 19일 현대백화점 주가는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현대백화점 주가는 전날 대비 3.8%(2300원) 내린 5만 8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0년 10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가였다. 현대그린푸드(005440) 역시 4.37%(320원) 급락한 70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 연구원은 “현대그린푸드는 사업 법인들 간의 정체성을 명확히 한다는 차원에서 분할에 큰 거부감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나 현대백화점은 추후 성장과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전략에 대한 시장의 갈증을 해소시켜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관계자는 “이번 분할은 인적분할로서 물적분할과 다르고 한무쇼핑 가치가 현재 백화점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던 부분을 인적분할로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배당 등 주주가치 확대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