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진정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 당국이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언어 발달 등을 고려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연령 기준을 현재 24개월 미만에서 높이는 방안도 고려한다. 아울러 모든 해외 입국자에게 해당되는 입국 후 1일 이내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도 폐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시하지 않은 추석 연휴 이후에도 확진자가 크게 늘지 않고 오히려 감소세를 보이자 ‘일상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박혜경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방역지원단장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실외 마스크 착용 완전 해제는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기 때문에 가장 먼저 검토해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올 5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면서 50인 이상의 행사·집회의 경우는 밀집도 등을 고려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 해제되면 야구 및 축구 경기장, 콘서트장 등 50인 이상 군중이 모이는 실외 행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실내가 아닌 실외 ‘노마스크’ 카드를 먼저 만지작거리고 있는 데는 실외가 실내에 비해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외에도 행정상의 어려움, 실효성 확보 곤란 등 현실적인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외 행사 규모가 50인 이상인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이미 스포츠 경기장에서 음식 섭취가 허용돼 마스크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박 단장은 “BA.5 변이로 인한 재유행이 정점을 지났고 감염재생산지수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지속 가능한 방역 시스템을 위해서는 과태료 등 법적 강제보다는 참여에 기반한 방역 수칙 생활화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한 국민적 동의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 당국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영유아의 마스크 착용에 따른 정서·언어 발달 문제 해소를 위해 실내 마스크 의무를 영유아부터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와 관련해 “마스크 착용의 득실을 따졌을 때 실이 더 클 수 있다”며 “영유아에 대한 마스크 의무가 가장 먼저 해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단장은 이에 대해 “현재 24개월 미만의 영아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검토 때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또 입국자가 국내 입국 후 1일 이내에 코로나19 PCR 검사를 받도록 하는 의무를 해제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현재 유행이 안정적 단계로 가고 있어 여러 방역 정책에 대해 해외 동향,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가적 조정을 준비해나가고 있다”며 “국내는 입국 후 1일 차 PCR 검사를 시행 중인데 방역 상황을 추가 모니터링하고 해외 사례, 전문가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무 해제를)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