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복합위기 극복하려면 대통령 언행부터 달라져야 한다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비속어’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박진 외교부 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미국이 약속한 글로벌펀드 공여를 미 의회에서 승인해주지 않으면 바이든이 곤혹스러울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 발언이 외신에까지 보도되며 미 의회 폄하 논란으로 번지자 대통령실은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미 의회가 아닌 한국 야당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발언”이라며 “다시 들어보면 ‘바이든이’가 아니라 ‘날리면’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해명을 놓고도 사실이냐, 거짓말이냐 논란이 이어졌다. 설명대로라면 대통령이 야당을 상대로 막말한 셈이 됐다. 슬쩍 꺼낸 사적 발언이라고 할지라도 국회와 야당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인식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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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 위기)을 맞고 있다.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 대폭 인상으로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3고(高) 위기가 심화하는 가운데 환율 1400원 돌파, 증시 급락, 무역수지 적자 확대, 경기 침체 등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의 핵전쟁 위협, 북한의 ‘핵 선제 공격’ 법제화 등으로 한반도의 안보 정세도 불안해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 속에 우리가 다층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려면 노동·규제·연금 등의 구조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고 지도자의 설득 리더십이 절실한데도 대통령이 막말 논란에 휩싸여 스스로 발목을 잡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정 혼선을 막고 개혁을 힘 있게 추진하려면 우선 대통령부터 달라지고 새 출발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속어 사용에 대해 사과한 뒤 이번 일을 국정을 바라보는 인식과 언행 등 태도 전반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뒷말들이 더 나오지 않도록 친인척 관리를 철저히 하고 특별감찰관 임명을 서둘러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윤핵관 간의 이전투구 등 여당 내분도 조속히 정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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